조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원전 건설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투자를 주요 의제로 놓고 한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최근 미국 측과 접촉해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제시한 대형원전 분야 협력안으로는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이 거론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미국 내 APR1400 건설을 골자로 한 한미 원자력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PR1400은 1400MW급 가압경수로로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처음 수출한 모델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와 원전 협력을 연계해 미국의 전력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국내 원전 생태계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산업계는 협력 범위가 대형원전에 그치지 않고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가스터빈까지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 사업은 EPC(설계·조달·시공)뿐 아니라 원자로 용기 등 주기기 제작, 밸브·배관 등 기자재 공급, 시운전과 장기 정비로 수주가 확장되는 구조다.
미국 내 신규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EPC 참여와 주기기·기자재 공급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기자재·부품 공급망이 APR1400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SMR은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 인근 설치 수요와 맞물리며 협력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원전 주기기·기자재 기업들은 SMR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경우 제작·공급 참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공급 역량을 기반으로 SMR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 연계된 사업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업계 추정치로는 2030년까지 신규 수주 규모가 대형원전 44조원, SMR 28조원, 가스터빈 24조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가스터빈 역시 별도 축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가스터빈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전력 설비 확충 논의가 발주로 연결될 경우 국내 발전설비 기업들의 제작·납기 역량이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유럽 원전 사업 수주 경험이 미국 시장 논의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은 '팀코리아'가 수주 인식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사업은 하반기 최종투자결정(FID) 여부가 관심사로 꼽힌다.
다만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 내 인허가 절차와 현지화 요건, 비용 분담 등 계약 조건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9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민간 원자력 협력 협상 준비에 들어갔고, 향후 프로젝트 발표와 일정 확정이 국내 기업들의 생산·투자 계획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전은 인허가 절차와 EPC 계약 구조가 정리되면 일정과 발주 범위가 빠르게 구체화될 수 있다"며 "현지 조달 비중과 비용·지연 책임 같은 조건이 정돈되면 국내 기업들도 참여 규모를 확정하고 공급망을 본격 가동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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