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장애 첫발 뗐지만…‘판정 기준’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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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장애 첫발 뗐지만…‘판정 기준’이 관건

헬스경향 2026-02-06 17:35: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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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김영호 의원, ‘대한당뇨병연합 제10차 토론회’ 개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더불어민주당)이 ‘대한당뇨병연합 제10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더불어민주당)이 ‘대한당뇨병연합 제10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췌장장애’를 16번째 장애유형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장애유형이 추가된 것은 2003년 이후 23년 만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세부 장애 인정 기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1형당뇨병환자의 경우 인슐린 분비 기능이 진단 초기에는 일부 남아 있을 수 있어 장애 인정 시점과 기준을 둘러싼 혼선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한당뇨병연합 제10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더물어빈주당)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당뇨병연합과 한국소아당뇨인협회가 주관했다.

서미화 의원은 “올해 7월 췌장장애 범주가 본격 시행되는데 이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다”며 “이번 토론회가 장애 판정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김재현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학술이사)가 ‘췌장장애 연구 결과 및 판정 기준과 장애 등록’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의대 김재현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학술이사)가 ‘췌장장애 연구 결과 및 판정 기준과 장애 등록’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 췌장장애 진단, 세부 가이드라인 없어 혼란 예측 

이날 토론회에서는 췌장장애 판정 기준의 세부 가이드라인 설계와 차별 해소를 위한 의료·제도적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소아당뇨인협회 이선영 상임대표는 ‘췌장장애 정책의 시작과 여정, 그리고 환자로서 바라는 생활’을 주제로 당사자의 경험과 정책적 요구를 공유했다. 이어 서울의대 김재현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학술이사)는 ‘췌장장애 연구 결과 및 판정 기준과 장애 등록’을 주제로 현행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발표했다. 마지막 발제는 서울대어린이병원 구민정 간호사(대한당뇨병교육간호사회 제8대 회장)가 ‘요양비 보장성 확대와 진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의료지원 체계 정비 방안’을 제언했다.

서울의대 김재현 교수는 췌장장애 내부 장애 인정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췌장기능 부전 및 상실이 장애요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22개 병원과 기관에서 중증 췌장질환자 8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중증 췌장질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응답자의 97.1%가 장애등록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성 이유로는 ‘치료비 부담 감소’가 가장 많았다. 이후 장애등록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질 경우 당뇨병환자의 스트레스 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또 그는 췌장장애 판정 가이드라인의 쟁점을 짚었다. 현행 시행령은 췌장장애인을 ‘췌장의 내분비기능 부전으로 인한 혈당조절 장애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C-펩타이드 기준, 검사 주기, 진단 과정, 기능 상실 판단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김재현 교수는 “해외에 비해 췌장장애 인정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조치”라며 “등록 과정에서 행정적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철저한 준비와 함께 가이드라인의 정확한 적용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구민정 간호사는 췌장장애에 대한 지속적 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장애 정의에 따라 1형당뇨병을 장애로 분류, 의료·복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췌장장애를 장애유형에 포함하는 시행령을 공포했지만 실제 의료 지원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슐린펌프의 요양급여 전환 ▲보장 한도액 현실화 ▲현실적인 다학제 교육수가 마련 ▲특수 교육대상자 지정 필요성 등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동된 인슐린펌프 보장성 강화는 사회생활이 활발한 소아·청소년·청장년층에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민정 간호사는 “소아·청소년 당뇨인이 학교에서 눈치 보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거나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췌장장애 등록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적용 근거가 되는 만큼 췌장 기능의 영구적 상실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패널 토론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의료계·정부 “췌장장애 등록 현장 혼선 최소화해야”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의료계·교육계·복지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언론 등이 참여해 췌장장애 제도 정착 방안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좌장은 대한당뇨병연합 오한진 등기이사가 맡았다. 지정 토론자로는 ▲대한당뇨병학회 박정환 대정부이사(한양의대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대정부정책특임이사(아주의대 교수) ▲대한이식학회 최병현 이사(부산의대 교수) ▲대한당뇨병사회복지사회 박유정 전임회장(안산대학교 교수) ▲전국보건교사회 강류교 회장(서울잠신초등학교 보건교사)이 참여했다.

언론 및 정부 측에서는 ▲본지 장인선 기자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김새봄 과장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문수 과장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우정주 실장이 참석해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행정적 보완 과제를 논의했다.

토론에 참여한 의료진들은 공통적으로 췌장장애 판정에서 활용되는 C-펩타이드 측정 기준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한내분비학회 김대중 대정부정책특임이사는 “국내 1형당뇨병환자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되지만 현행 시행령 기준대로라면 이 중 20~30%만이 장애 인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C-펩타이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경계선에 있는 환자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만큼 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장인선 기자는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며 환자들이 실제로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역시 급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며 “1형당뇨병환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돼 국가의 보호체계 안에서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박문수 과장은 “복지부의 역할은 췌장장애 환자들이 혼란 없이 장애등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며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도 원활한 등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 보강과 지자체 담당자 교육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대한당뇨병연합 오한진 등기이사는 “췌장 기능의 완전한 상실은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라며 “오늘의 논의가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췌장장애인이 더 이상 숨어 지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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