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김만배씨에게서 받은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제기 자체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6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 전 의원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곽 전 의원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은 공소기각 판단을 받았다.
공소기각은 절차상 하자 등 소송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소가 부적법하다고 보고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존 사건 항소심 절차를 밟는 대신 별도의 공소 제기로 사실상 1심 판단을 다시 받아 무죄 결론을 뒤집으려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고인들의 선행 사건 항소심 절차를 거치는 대신 별도 공소 제기를 통해 1심 판단을 사실상 두 번 받아 결과를 뒤집고자 하는 의도로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했다"며 "피고인들은 같은 내용에 대해 1심 판단을 두 번 받는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 측이 주장한 '이중 기소' 논리를 받아들여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병채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병채씨가 김씨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의 직무 관련 뇌물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과 병채씨의 공모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알선 대가로 김만배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뇌물 수수 범행에 공모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했다. 병채씨의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 역시 특가법상 뇌물죄 성립을 전제로 한 만큼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범죄수익은닉 부분은 공소기각 판단을 받았지만, 2016년 4월 곽 전 의원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자금 5000만원을 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방조)와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기부 액수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선고 뒤 "1차 수사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았고 2차 수사로 기소돼 오늘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그 사이 5년이 흘렀다"며 "잃어버린 명예를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받은 돈이 저와 무관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제 좀 그만 괴롭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병채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사실상 곽 전 의원의 뇌물이라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023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같은 해 10월 "뇌물을 성과급으로 가장해 은닉했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곽 전 의원 부자와 김씨를 추가 기소했고, 법원은 이번에 그 공소 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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