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업계를 휩쓴 두툼하고 쫀득한 쿠키, 이른바 ‘두쫀쿠’ 열풍의 중심에는 피스타치오가 있다. 연둣빛 색감과 고소한 맛 덕분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쿠키 등으로 쓰임이 넓어지며 인기 견과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친숙한 식재료는 국제 물류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관리된다. 피스타치오는 국제 해상 위험물 코드(IMDG Code)에서 4.2등급, 자연 발화성 물질로 분류된 품목이다.
피스타치오가 위험물로 관리되는 이유는 성분 구조에 있다. 피스타치오 100g에는 약 49%에 달하는 지방이 포함돼 있다. 이 지방 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며 열이 발생한다. 소량일 경우 문제 되지 않지만, 수 톤 단위로 밀집된 상태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선박 화물칸이나 대형 창고처럼 통풍이 제한된 공간에 대량 적재될 경우, 발생한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내부에 쌓인다. 일정 온도를 넘어서면 외부 불꽃이 없어도 자연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열 품은 채 이동… 운송 규칙도 까다롭다
피스타치오 운송 과정에는 일반 식재료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화물칸 내부에는 충분한 공기층을 확보해야 하며, 압축 적재를 피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열 축적을 막기 위해 통풍 경로를 고려한 적재 방식도 요구된다.
산화 반응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섬유질 화물이나 가연성 물질과 함께 싣는 행위도 엄격히 제한된다. 운송 중 습기 관리 역시 핵심 요소다. 습도가 높아질수록 지방 산화 속도가 빨라지고 내부 온도 상승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피스타치오는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내부에서는 계속 열이 만들어지는 구조이며 관리 기준을 벗어나면 이동 중 갑작스러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해상 물류 현장에서는 늘 긴장 속에 다뤄진다.
불보다 더 위험한 독소, 아플라톡신 문제
피스타치오가 안고 있는 위험 요소는 화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가 생길 수 있다. 고온 다습한 조건에서 곰팡이가 번식하면 아플라톡신이라는 자연 독소가 생성된다.
아플라톡신은 Aspergillus 속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물질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 간에 강한 독성을 지녀 장기간 섭취할 경우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피스타치오에서 쩐내 같은 산패취가 나거나 표면에 곰팡이가 보일 경우, 이미 오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상태에서는 세척이나 가열로도 독소 제거가 어려워 전량 폐기가 권고된다.
집에서는 안전할까… 보관법이 갈린다
일반 가정에서 피스타치오가 자연 발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문제는 신선도 관리다. 피스타치오는 공기, 열, 습기에 동시에 약한 구조를 지녔다. 개봉 후 실온에 오래 두면 산패와 곰팡이 발생 위험이 빠르게 커진다.
가장 안정적인 보관 방법은 밀봉이다.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공기 접촉을 최대한 줄인 뒤 냉장이나 냉동 보관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온도가 낮을수록 산화 속도가 늦춰지고 곰팡이 증식도 억제된다.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특히 실온 보관을 피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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