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글로벌 항암제 '렉라자'를 탄생시킨 김정근 오스코텍 고문이 최근 별세하면서 오스코텍이 경영권 재편의 중대 기로에 섰다. 12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속세 부담은 물론 이미 부결된 이사 선임안과 자회사 제노스코를 둘러싼 주주 갈등까지 겹치며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오스코텍의 지배구조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스코텍은 최대주주 김정근 고문이 미국 현지시간 4일 별세함에 따라 상속이 개시됐다고 5일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오스코텍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상속세 부담이다. 김 고문의 지분율은 12.45%로 지난 5일 종가(5만400원) 기준으로 약 2401억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장 주식은 사망 전후 2개월 평균 가액을 기준으로 하되 최대주주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20%가 할증된다. 여기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유가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지분 가치의 50~60% 수준인 약 12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2.45%라는 김 고문의 지분율을 고려할 때 유가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시장에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에 나설 경우 경영권 방어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주주 행동주의의 재부상이다. 경영권 공백을 틈타 소액주주 연대의 공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오스코텍을 보호해온 '초다수결의제(이사 해임 시 80% 찬성 필요)'가 지난 11월 1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방어막이 허물어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임시주총에서 이사 선임안과 정관 변경안이 잇달아 부결되기도 했다. 이미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통해 표 대결 준비를 마친 소액주주 연대와 2대 주주 지케이에셋(9.9%)이 연합할 경우 이번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전면 개편을 시도하는 주주 행동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제노스코를 둘러싼 지배구조 이슈다. 오스코텍이 지난 2000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제노스코는 렉라자의 핵심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을 직접 발굴한 원개발사다. 현재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의 59.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그간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김 고문의 아들인 김성연 제노스코 이사의 승계 자금 마련 통로라는 의혹과 맞물리며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이번 창업주의 유고로 승계 구도 자체가 흔들리면서 해당 안건의 재추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지배구조 혼란 속에서도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건재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오스코텍의 핵심 자산인 제노스코는 렉라자 개발의 주역인 고종성 박사가 연구 조직을 이끌고 있다"며 "핵심 연구 인력의 이탈이 없는 만큼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속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스코텍 측은 "현재 상속에 따른 최종 지분 귀속 및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 경영진 및 이사회 체제는 유지되며 사업 운영과 연구개발 등 주요 업무도 계획대로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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