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사무처가 정청래 대표의 합당 추진 발표 직후 '조국혁신당 합당 대외비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번지고 있다.
앞서 양당 대표가 합당 관련 내용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밀약설'이 거론되자 정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를 부인했는데 오히려 '밀약설'을 뒷받침 할 문건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공개회의에서는 반청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밀실 합의"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후 정 대표의 사과와 합당 중단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기자회견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사전 논의된 바 없는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으나 논란을 덮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당 지도부는 해당 문건과 관련해 "작성 시점도 상당히 오래된 실무자 작성의 초안"이라며 "오히려 밀약설을 부인하는 문서"라고 해명하고 있다.
내부문건 "지명직 최고위원은 혁신당 몫" "5주 뒤 합당 완료"
정청래-조국 '밀약설' 증거?
앞서 동아일보는 6일 민주당이 A4용지 7장 분량의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민주당 사무처는 정청래 대표의 합당 추진 발표 직후부터 약 5주 뒤 합당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이달 27일 또는 3월3일까지 합당 절차를 마무리하는 합당 시간표가 담겼으며, 혁신당 쪽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문건 내용을 토대로 2021년 열린민주당과의 '흡수 합당'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오늘 새벽 언론에 보도된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 문건으로 이번 합당 제안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놓은 '답정너 합당'이란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앞서 황운하 혁신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양당 합당이 추진될 경우 조국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밀약설'이 제기된 바 있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정부 국무위원과 민주당 의원이 '정 대표와 조 대표의 합당 밀약설'을 주장하는 대화를 나눈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언론에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해당 국무위원은 민주당 의원에게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나눠 먹기 불가'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이 "지방선거 전 급히 하는 게 대통령 생각이란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다.
이에 정 대표 측과 조 대표는 한 목소리로 '밀약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오히려 이를 뒷받침할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반청 최고위원 맹폭 "결론 정해둔 답정너 합당…사과하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 대표의 합당 추진을 공개적으로 반대 해 온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황 최고위원은 "최고위를 패싱한 데 이어 이제는 당원 투표마저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 모든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설마설마했는데 탈당·징계 이력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 전북지사 공천권까지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한다"며 "밀실 합의가 아니면 성립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즉각 합당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관련 문건과 작성자, 작성 경위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밀실 졸속 합당 의혹에 대해 당원에게 공식 사과하고 합당 추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강 최고위원도 "작성 시점이 언제였는지, 이것과 관련해 조국 대표와 논의가 있었는지, 지분 안배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떠도는 얘기로는 조국혁신당에 특정 광역단체장 공천 안배까지 했다고 들린다"라며 "이 과정과 협의 조건까지 다 밝혀야 한다.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합당 밀약을 한 것"이라고 했다.
강 최고위원은 "어제 초선의원 간담회를 하고 오늘 중진의원 간담회를 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다 보여주기 아닌가"라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합당은 지방선거 이후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60%의 대통령 지지율을 보유한 우리 집권여당이 (합당 논의로) 흔들리면서 이런 풍비박산의 상황이 오는 게 무슨 일인가"라며 "당장 그만두고 선거와 대통령 국정 뒷받침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몰랐다…합당 문건 유출 엄정 조사"
조승래 "작성은 내 지시…문건은 오히려 밀약설 부인"
논란이 커지자 정청래 대표는 해당 문건에 대한 엄정 조사를 지시했다.
정 대표는 6일 최고위 회의에서 "(조승래) 사무총장께서 누가 그랬는지 엄정히 조사해 달라"며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건 자체에 대해서는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 않고, 논의되지 않고, 실행되지 않은 실무자 작성 문건이 유출된 일종의 사고"라며 "최고위원 어느 누구도 알거나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날 공보국을 통해 "당대표 합당 제안이 있은 후 실무적으로 당헌당규에 따른 합당 절차, 과거 합당 등을 정리한 자료"라며 "공식 회의에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해당 문건에 대해 "제가 합당 절차나 과거 사례를 실무자와 상의해 문건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건에는 합당 관련 일반적 절차와 그동안의 합당 사례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역대 합당 사례에서도 이런 논의가 다 있었다"며 "이런 논의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간 합당) 밀약설 근거라고 말한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혹은 광역단체장 한 석(을 조국혁신당에 배분한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문서는 오히려 밀약설을 부인하는 문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문서를 보면 당연히 최고위원회 논의와 보고, 의결을 통해 모든 절차가 진행되게끔 돼 있다"며 "최고위를 패싱하고 진행하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는 실무자가 만든 초안이고 작성 시점도 상당히 오래된 문서가 유포, 유출돼서 억측을 일으킨 사고"라며 "당대표가 (내부 조사를) 공개, 공식적으로 지시한 만큼 유출 경위에 대해 저희가 조사를 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사전 협의 없었다…열심히 검토하시라"
조국혁신당도 문건의 존재에 대해 자당 측과는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혁신당 공보국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조국 대표를 비롯해 조국혁신당측 누구에게도 통지나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임을 밝힌다"고 했다.
신장식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물론 실무자들, 정당의 당직자들은 그런 걸 검토할 수 있다"며 "보니까 정당법상 통합의 형식은 신설합당과 흡수합당 두 개 밖에 없다. 그중 하나의 형식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체 검토니까 (민주당이 알아서) 열심히 검토하시면 된다"고 했다.
與 강득구·이언주·황명선 "누가 작성 지시했나…문건 공개하라"
민주당 지도부와 혁신당의 해명에도 반청계는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문건 작성 경위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은 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 작성 경위 규명을 요구하며 "원칙 없는 합당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일정이 아주 상세히 담긴 문건이 존재했고, 당에서 작성한 문건"이라며 "그런데 정 대표는 실무자가 만든 자료일 뿐이고, 보고된 적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조승래 사무총장은 합당 절차와 사례를 정리한 자료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 자료에 왜 합당 추진의 구체적인 일정과 완료 시한, 지명직 최고위원의 배분, 탈당자와 징계자에 대한 특례 조항까지 들어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미 협의하고, 매우 구체적인 내용까지 결론을 정해 놓은 흔적"이라며 "자신도 몰랐다는 대표의 말, 그리고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 실무자만 희생양 삼으려는 것 아닌가.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에게 있다"고 했다.
아울러 "누가 지시했고, 언제 작성했고, 조국 대표와 어디까지 논의했는지, 지분 배분 조건은 무엇인지, 조국혁신당에 지명직 최고위원 1석 배정 사실인지, 탈당자와 징계자에 대한 특례 조항이 사실인지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시) 광역단체장 공천 안배 얘기도 들린다. 대표는 지금 당장 문건을 공개하고, 당원 앞에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 긴급 기자회견도…한준호 "의원총회 소집 요구"
박홍근 "합리적 수습책 없으면 특단의 행동"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논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이 사안을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만약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 진행 중인 합당 논의는 당원과 함께 시작한 숙의의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절차가 진행돼 온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정말로 묻고 싶다. 지금의 (합당) 방식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길이냐. 지방선거 승리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선택이냐"며 "정 대표에 분명히 요청한다. 합당 추진과 관련해 시나리오와 일정 검토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그 판단의 주체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이전의 합당 추진은 지금 이 시점에서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 이 사안을 더 이상 한 정치 지도자의 결심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정 대표를 거듭 겨냥했다.
박홍근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가 이를 보고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며 "그간의 경과와 내용을 국민과 당원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단순한 실무 차원의 검토라고 하기에는 추진 일정과 방식이 지나치게 정교하다. 이는 이미 내부적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최근까지 어떤 구체적인 협의가 오갔는지, 합당에 대한 당대표의 진심 어린 입장과 향후 계획이 무엇인지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진정한 지도부라면 갈등을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이를 조정하고 결단하여 사태를 수습하는 책임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정 대표께서는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지방선거 이전 합당 논의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러한 합리적인 조기 수습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면, 특단의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이후 합당 재논의라는 원칙에 뜻을 같이하는 최고위원, 당무위원, 중앙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결집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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