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영업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유통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받던 대형마트가 온라인 주문을 기반으로 한 심야·새벽 시간대 배송에 나설 수 있게 되면 국내 유통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마트업계는 "늦었지만 방향은 맞다"며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과 산업 경쟁력, 지역 상권 보호와 노동 문제까지 얽히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의 핵심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을 전자상거래 영역에는 예외로 두는 것이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대형마트는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밤사이 주문을 처리하고 새벽배송을 운영할 수 있다.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전국에 촘촘히 구축된 점포망과 자체 물류 인프라를 강점으로 꼽는다. 별도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새로 짓지 않아도 각 점포가 소형 물류기지 역할을 할 수 있어 배송 범위를 빠르게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까지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현재 일부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류 시스템과 직매입 구조, 재고 관리 노하우가 이미 갖춰져 있어 인력과 운영체계만 보강하면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며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해 온 이커머스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감지된다.
다만 마냥 낙관적인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무휴업일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반쪽짜리 완화'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커머스는 365일 24시간 운영이 기본인데, 대형마트만 특정 요일마다 문을 닫아야 한다면 서비스 연속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오프라인 매출과 온라인 주문이 서로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도 고민거리다.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새벽배송 허용이 대기업 유통망의 영향력을 더 키워 동네 상권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 확장과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형마트까지 심야 시장에 진입하면 사실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규제 완화가 곧 경쟁력 강화라는 단순 논리는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라며 "상권 보호 장치 없이 추진된다면 영세 상인의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단체는 정책 논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지역 상권 보호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우려를 표한다. 새벽배송이 확대되면 심야 노동이 늘어나고 안전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분한 인력 충원과 휴식 보장, 안전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국내 유통산업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문제라고 본다. 소비자 편의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지역경제, 노동 환경, 공정 경쟁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유통산업 전문가는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전통 유통기업에도 경쟁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해당사자 간 균형이 중요하다"며 "단계적 도입과 영향 평가, 보완 대책이 함께 추진돼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벽배송 빗장이 실제로 풀릴지 그 변화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지 국내 유통시장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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