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압박 가속에도 인도주의 지원 늘려…멕시코는 우회 원조 검토
쿠바, 석유 부족 사태에 연료 배급제에 계엄령 가능성까지 검토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송광호 기자 = 미국의 에너지 봉쇄 조처에 직면한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화 의향을 밝혔다.
쿠바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진행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과 어떤 주제를 놓고도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라면서 "다만 그 자리에는 압박이나 전제 조건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견은 쿠바 국영TV와 라디오를 통해 중계됐다. 쿠바 대통령실 유튜브 채널에도 녹화분이 게시됐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현재 세대의 쿠바 주민은 대부분 미국의 경제 봉쇄 아래 태어났다"라며 "고통의 징후 속에서 우리는 항상 부족함을 경험했고, 항상 역경을 겪었으며, 세계 누구에게도 가해지지 않는 장기간 지속되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쿠바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연료 배급제를 검토하는 등 다분야 비상 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쿠바 내부적으로 계엄령 선포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언급을 인용해 전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는) 대중교통, 병원, 학교, 경제, 관광 등 사회 전반에 총체적 비상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아이들을 비롯해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창의적인 저항과 노력, 모두의 재능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몇 달간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상대로 석유 공급 차단 위협을 반복하면서 "쿠바는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는 쿠바는 특히 오랫동안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에 의존해 왔는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노린 지난 달 미국의 심야 작전 이후 원유 수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실제 쿠바 전력 공급 차질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바 전력청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4일) 20시간 57분 동안 용량 부족 사태를 겪었고, 오늘 새벽까지 복구가 불가능했다"라며 지역별로 정전 상황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에너지 봉쇄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쿠바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며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쿠바에 600만 달러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허리케인 '멜리사'가 쿠바를 강타한 이래 쿠바에 대한 미국의 지원금은 900만 달러로 늘게 됐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미국의 이런 조처를 두고 '두 얼굴을 가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수백만 명의 기본적인 경제적 여건을 박탈하는 가혹한 강압 조처를 하면서 소수에게 수프와 통조림을 주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쿠바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좌파 동맹' 멕시코에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우회 지원하는 방법을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명시한 관세 위협의 범위를 파악하고 한편, 쿠바에 석유를 전달할 방법을 찾고자 미국 측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멕시코는 관세 부과를 원치 않지만, 쿠바 국민을 돕겠다는 방침 또한 확고하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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