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가 심각한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고승범(울산HD) / 한국프로축구연맹
미드필더 고승범(32)이 작년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출산 휴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오히려 구단 고위 관계자로부터 충격적인 문자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지난 5일 축구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관련 신고를 접수받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작년 7월 제왕절개로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아내 곁을 지키기 위해 고승범은 출산 휴가를 받기로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신태용 전 감독 부임 이후 갑작스럽게 9월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전지훈련 일정이 잡히며 휴가 약속은 무산됐다. 중요한 대회도 아닌 훈련을 위해 출산 휴가를 막은 것도 잘못됐지만, 더 충격적인 사건이 생겼다.
당시 구단 고위 관계자는 고승범에게 "장모가 딸 가진 죄로 (돌봄에) 나서야 한다. 장모가 첫 손주를 책임지는 게 맞다. 대신 금전적 보상을 하라. 하루 100만원씩 계산하면 효자소리를 들을 것이다. 간병인은 얼마든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망언이 담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구단 내 누군가는 "제왕절개는 하루이틀이면 낫고 걸을 수 있다"는 막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고승범은 출산 전날 밤과 다음 날 오전 왕복 10시간 거리를 직접 운전하며 훈련에 참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넌 고액 연봉자니까 (피로는) 감수하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고승범은 구단으로부터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사건 이후 고승범은 울산과의 동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적을 희망했다. 구단은 초기 이적 허용 방침을 밝혔으나 김현석 신임 감독이 선수 잔류를 요청하며 입장을 번복했다.
현재는 고승범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동계훈련에 데려갔다가 '전력 외'로 분류해 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상대 구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며 울산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고승범 가족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사정을 잘 아는 유력 축구인들도 “가족은 건드려선 안 될 영역이다. 팀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지난달 23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선수협은 "아이가 태어나는 축복받은 순간에 선수가 눈치를 보며 전지훈련장으로 끌려가야 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며 K리그에도 배우자 출산 휴가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수협은 최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들며 선수의 가족권을 존중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한국프로야구는 2019년부터 5일의 출산휴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반면 K리그는 감독 재량이나 팀 분위기에 좌우되는 실정이다. 선수협은 향후 K리그 전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FIFPRO와 공조해 출산 휴가 규정 도입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구단에 공문을 발송하며 징계 체계 확립과 책임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서포터스 측은 "가족의 탄생이라는 선수의 가장 소중한 순간에 가해진 구단 구성원의 부적절한 언행은 명백한 권익 침해"라며 "기본적인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조직에서 건강한 구단의 철학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서포터스는 오는 13일을 답변 기한으로 정하고 "기한 내에 책임 있는 답변이나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강경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제3자의 신고를 받고 사안이 위중하다고 판단해 실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사실 확인이 이뤄졌으며, 다음 주 대면 조사가 예정됐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 인권 침해와 스포츠 비리 예방 및 근절을 목적으로 2020년 설립된 기관이다. 직장 내 폭언과 괴롭힘, 갑질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이번 사건은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