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 오랫동안 한국 가정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소박한 반찬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중앙시장에서 만난 60대 이향란 씨는 47년째 김을 판매해왔다. 그는 누구보다 김을 둘러싼 변화가 실감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까만 종이를 뜯어 먹고 다닌다고 했어요…그래서 이 사람들한테 김을 팔 생각을 안 했었죠. 안 살테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와서 다들 사가요."
한국은 중국, 일본과 더불어 김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다. 김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얇고 사각형 형태로 건조한 '마른 김'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세계 최대 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한국 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중동 등지에도 수출되고 있다. 수출 대상 국가는 2010년 기준 64개국에서 2024년 126개국으로 거의 두 배가 늘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김 수출액은 11억3천만달러(약 1조6400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김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빗대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반도체처럼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출 품목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비싸지는 김 가격을 두고 이러한 비유를 들기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부터 국내 김 가격은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 3년간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2024년 초까지만 해도 마른김은 장당 100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한 때 처음으로 1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씨는 최근 김 가격 상승을 체감한다며 가장 비싼 제품의 경우 한 장에 350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30대 김재라 씨는 김이 떨어지지 않게 늘 구비해 놓는다며, 보통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해 몇 달 동안 먹는다고 했다. 평소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그는 최근 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몇천 원씩은 더 오른 것 같아요. 아직 집에 김 두 팩이 남아 있어서 버틸 수 있지만, 다 떨어졌을 때도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면 당분간은 사지 않을 것 같아요."
'저렴한 국민 반찬'
김 가격 상승은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푸드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보여진다.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스가 판매한 김밥은 출시 직후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 온 22세 관광객 미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김이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해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에도 '노리'가 있지만 맛이 달라요. 한국 김은 더 가볍고 바삭하고 주로 참기름과 소금을 사용하는 반면, 노리는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 60세 비올라는 김을 "감자칩처럼 그냥 집어 먹는다"며 "더 건강한 간식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김 가격 상승이 수출 증가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인건비 증가, 해외 생산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다만 글로벌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시아를 넘어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김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소비가 점점 늘고 있다"라며 "수출 물량을 맞추다 보니 국내 가격이 인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복과 김 생산지로 유명한 전남 완도에서 가족이 30년 업력의 조미김 공장을 운영한다는 29세 김남인 씨는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5년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해외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김 공장이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공장 증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원물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인 만큼 정부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가를 올리는 게 쉽진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 확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김 가격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관리해 김 가격 안정화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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