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별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곳은 남다른 공간이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 한가운데, 오랜 시간 외부의 시선과 거리를 두고 관리돼 온 공간이라면 그 상상은 더 커진다. 특히 대통령의 휴가지로 쓰이며 수십 년간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남 거제 앞바다에 자리한 섬, '저도'는 그동안 이름만 전해지던 장소였다. 군사 시설과 대통령 별장이 함께 자리한 탓에 일반인의 접근은 엄격히 제한됐고, 섬의 풍경은 소수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 저도가 정비를 마치고 지난 2일부터 다시 일반인 개방을 시작했다.
빽빽한 원시림과 수백 년 세월을 품은 숲길, 그리고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까지. 이제는 직접 걸으며 확인할 수 있게 된 저도의 탐방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봤다.
돼지가 누운 모양의 비밀 정원
저도는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학이 많이 살아서 ‘학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군사 시설과 대통령 휴양지로 꽁꽁 숨겨져 관리되어 온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 섬 전체가 해송과 동백나무, 팽나무로 뒤덮여 있어 걷는 내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특히 섬 남쪽 능선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나이가 무려 400년에 달하는 커다란 해송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잘 닦인 탐방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운이 좋을 경우 섬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사슴이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치는 마법 같은 경험도 할 수 있다. 인공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별장부터 군사 유적까지, 역사의 명암이 함께하는 곳
저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휴양지를 넘어, 우리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현장이다. 섬 한복판에는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앞쪽으로는 하얀 모래사장과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이 펼쳐져 있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시절, 이곳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하지만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도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만들어진 군사 시설들이 섬 곳곳에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섬의 지형도 매우 흥미롭다. 바깥 바다 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안쪽 바다를 향한 곳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지형 덕분에 아늑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저도가 가진 커다란 강점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
현재 저도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섬을 보호하기 위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사전 예약 없이는 방문이 불가능하다. 거제 궁농항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닷길을 달려야 섬에 도착할 수 있다. 배가 뜨는 시간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로 하루에 딱 두 차례뿐이다. 매주 수요일은 섬이 쉬는 날이므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달력을 꼭 확인해야 한다.
유람선 값은 누리집에서 미리 예약하면 어른 기준으로 2만 3000원이며, 현장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섬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도보 탐방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거가대교와 부산 가덕도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는 저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념사진 명소다.
거제시 저도 유람선 정보
- 운항코스 (총 2시간 30분 소요)
궁농항 출발 - 유람(30분) - 저도 입도 관광(90분) - 유람(30분) - 궁농항 도착
- 출항시간
1항차: 10:10, 2항차: 14:00
- 요금
현장가: 2만 4000원, 온라인가: 2만 3000원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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