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국의 통상 합의 이행 지연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청취하고, 이것이 한미 안보 협력 전반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지난 3일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압박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조 장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회담 시작부터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통상 관련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루비오 장관은 통상이 자신의 직접적인 소관은 아니나, 외교수장이자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한미 관계 전반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기류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우리 정부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이 결코 고의가 아님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일부러 법안 처리 속도를 늦추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이행 의지는 확고하며 신속한 처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장관은 경제 분야의 이행 속도 차이가 안보 협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통상 이슈로 인해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등 3대 핵심 안보 합의 사안이 저해되지 않도록 미국 관계 부처를 독려해달라"고 루비오 장관에게 요청했다.
조 장관은 방미 기간 중 통상과 에너지 분야 수장들도 잇따라 만났다. 4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에서 그리어 대표는 "관세 재인상의 파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이 투자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사안에서도 조속히 진전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반면 안보 및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확인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엘브리지 콜비 국방차관,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 등 미 정계 주요 인사들과도 만나 핵잠 및 전작권 전환 등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에 이어 외교부까지 총출동해 미국 측 설득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관세 인상 철회나 보류에 대한 확답을 얻지 못하고 있어, 실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장관은 "상황이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외교 당국 간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안보 분야 합의 사항도 계속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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