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장동혁의 재신임 승부수, 결단인가 절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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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장동혁의 재신임 승부수, 결단인가 절단인가

투데이신문 2026-02-06 09:28: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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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2030정의실천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취임 후 처음 제주도를 찾은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 현안인 제2공항 건설 관련 주민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제주시 연동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2030정의실천위원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취임 후 처음 제주도를 찾은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 현안인 제2공항 건설 관련 주민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민생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전 당원 재신임 투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거세진 사퇴 압박에 직면한 장 대표가 자신의 직을 걸고 정면돌파에 나선 셈입니다. 재신임에 실패할 경우 당 대표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부터 내일까지 누구라도 사퇴나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면 전 당원 투표로 당원의 뜻을 묻겠다”며 “재신임을 받지 못한다면 대표직과 의원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신임을 요구하는 당내 인사들에게도 “정치 생명을 걸라”며 의원직·시장직 사퇴를 함께 요구했습니다. 친한계 의원들과 소장파,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전 대표 제명 이후 장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 또는 재신임을 요구하자 이를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역공에 나선 셈입니다.

진퇴양난에 처한 당 대표가 재신임을 묻는 것 자체는 정치적으로 그리 낯선 선택이 아닙니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옥새 파동’과 총선 참패 속에서 거취 논란 끝에 사퇴로 책임을 졌고 2019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재보선 참패와 당내 사퇴 압박 속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식의 조건부 자진 용퇴론으로 시간을 벌려 했다가 약속 파기 논란과 분당 사태를 겪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당 안팎의 요구에 밀려 결국 물러나는 쪽으로 귀결된 반면 장동혁의 재신임 카드는 반대파에게까지 “직을 걸라”고 요구하는 훨씬 공격적인 형태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 정당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장동혁의 선택에 대해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 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 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공동취재단]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를 지지하는 측은 “오죽했으면 대표가 의원직까지 내던지려 하겠느냐”며 동정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상남자’라는 표현까지 쓰는 지지자들도 많습니다. 장 대표가 직에 연연하지 않고 당 내홍을 수습하려는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반대 목소리의 핵심은 장 대표가 자신의 직뿐 아니라 비판 세력에게도 ‘직을 걸라’고 요구한 대목입니다. 비판세력의 재신임 요구를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정치 생명을 담보로 한 거래로 프레임을 전환시켜버렸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선택은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당 대표 신임을 묻는 것과 반대파에게 동일한 조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전자는 책임 정치일 수 있지만 후자는 비판 자체를 봉쇄하는, 선을 넘은 압박 전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은 과거 한동훈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카페 비밀회동 의혹’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향해 “나는 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느냐”고 반문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에도 한 전 대표가 논란의 본질을 사실관계 규명이 아니라 누가 더 큰 판돈을 걸 수 있느냐는 조폭정치식 ‘담력 대결’로 프레임을 전환시켰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의 이번 선택은 한 전 대표보다 한층 더 위험한 정치 행태입니다. 개인 의혹 방어 차원이 아니라 당내 비판 세력 전체를 향해 ‘사표 쓸 각오’를 요구하고, 그것은 결국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실제 친한계와 비주류 인사들은 ‘협박 정치’, ‘계산된 판 깔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한계 한지아 의원은 “이미 결과가 보이는 판을 깔아놓고 ‘당원이 결정한다’는 것은 책임 정치가 아니라 연출된 계산 정치”라고 비판했고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당 대표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 정치 생명을 걸라는 것은 교만한 태도”라고 말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재신임 초강수가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의 당 권력 구도 상 장 대표가 재신임을 묻게 될 경우 당원들의 신임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다수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적절하다’고 평가한 점, 당원 구조가 점점 강성 보수 성향으로 옮아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신임 투표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장 대표가 결국 재신임을 정적의 비판 봉쇄 카드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길 가능성이 높은 싸움에서 의원직까지 언급하며 판을 키운 것 자체가 당 대표의 당당한 처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 대표직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당 생활을 오래 했지만 대표가 비판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너 직을 걸어라’고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당이 이렇게까지 희화화 되는 것이 부끄럽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한동훈 제명 규탄집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한동훈 제명 규탄집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동훈 제명 사태를 두고 장 대표가 이렇게까지 초강수로 나오는 배경에 지방선거 공천권과 당권이 걸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방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친한계 후보들을 몰아내고 장동혁 위주로 판을 깔아 놓아야 총선과 대선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기회에 반대파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데 올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 신인에 가까운 장 대표가 공천 장사를 하는 주변 강경파들에게 휘둘리며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당 대표가 중재자가 아니라 당내 전쟁의 핵심 당사자가 됐다”는 것은 엄정하고 중립적인 리더십을 훼손하는 치명적인 오판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당 대표의 역할은 갈등의 봉합과 외연 확장입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내부 비판을 설득하거나 조정하기보다는 힘의 논리로 눌러버리는 강제 진압 방식을 택했습니다.

장동혁의 ‘승부수’는 결단의 정치라기보다 절단의 정치에 가깝습니다. 당 대표가 기어코 당을 두 동강 내겠다고 한다면 국민의힘이 치르게 될 정치적 대가는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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