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관세전쟁 2라운드···입법·에너지·AI까지 ‘트럼프 청구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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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관세전쟁 2라운드···입법·에너지·AI까지 ‘트럼프 청구서’ 확산

투데이코리아 2026-02-06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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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국가별 차등 관세)를 외교·안보 협상 카드로 밀어붙이면서, 주요 교역국들이 관세 완화와 투자·에너지·기술 정책 이행을 맞바꾸는 ‘조건부 거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를,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각각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고, 중국은 미국이 대중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 AI 칩을 자국 내에서 되레 제한하는 ‘역규제’ 카드까지 검토하는 양상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관세율 25% 재인상 방침을 공식화하는 관보 게재 절차를 준비 중인 가운데, 국회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 구성에 합의하며 관세 충격을 막기 위한 입법 속도전에 들어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미국 정부와의 협의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 대미투자특별법을 한 달 내에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미국의 관세 인상을 저지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관세 인상 위협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 것이 바로 대미투자특별법의 입법 지연”이라며 “우리 국회가 여야 합의로 속도를 내겠다고 한 부분은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한국 입법부가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며 관세 25% 원복을 통보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앞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4일) 국회 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오는 9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한 달 내에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이 ‘한 달’이라는 기간을 관세 인상을 막을 물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현재 미 행정부가 진행 중인 관세 인상 행정 절차에 대해 “중요한 것은 관보에 게재가 되더라도 관세 인상 시점이 ‘즉시’인지, 아니면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여유’를 두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관보 게재 자체를 막지 못하더라도, 발효 시점을 입법 완료 이후로 늦춘다면 협상을 통해 인상안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공간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는 “우리에게는 아직 협의할 시간이 남아있다”며 “정부는 미 측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최대한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협상 라인 부재’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여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일정이 엇갈려 이번 방미에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릭 스위처 부대표를 포함해 국장급 등 다양한 레벨에서 세 차례 심층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리어 대표와는 최근 3주 동안 이미 5차례나 대면 접촉을 해왔다”며 협상 채널이 정상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음 주에도 USTR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한국이 ‘입법 속도’를 관세 방어의 핵심 카드로 꺼어든 상황에서, 다른 주요 교역국들은 각자의 셈법으로 트럼프의 청구서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외 협상 패턴을 보면 ‘선(先)이행 후(後)보상’ 원칙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 백악관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인도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 완화를 조건으로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데 합의했다.

인도는 그간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미 상무부는 한국에 대한 관세 조정을 거론하며 “일본·EU와 형평성을 맞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EU 관세(10%)가 미국(2.5%)보다 높다는 점을 들어 상호관세 인상을 압박하자, EU 집행위원회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Bloomberg)이 보도했다.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끊는 방식이라면, EU는 미국산 에너지를 사주는 방식으로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중국과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조건부 허용’과 ‘역규제’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대만 등 제3국 생산품이 미국 본토를 거쳐 별도 안보 심사를 받도록 물류 경로를 통제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미국산 칩 구매를 제한하는 역규제를 검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상대국의 에너지 수급(인도·EU), 기술 정책(중국), 입법 절차(한국)를 미국의 안보 및 경제 이익에 종속시키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경우 정부의 외교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미국이 요구한 ‘입법 계약’이 완수되어야만 관세 25%라는 징벌적 조치를 철회할 명분이 생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관보 게재를 강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 달간 한국 국회의 입법 이행 여부와 외교 당국의 ‘발효 시점 유예’ 협상이 한국 수출 경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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