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동물약·M&A…제약업계 '오너 3세' 신사업 실험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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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동물약·M&A…제약업계 '오너 3세' 신사업 실험 한창

이데일리 2026-02-06 08:2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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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정균 보령 대표,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 (사진=각사)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너 3세 경영진의 신사업 선택이 기업 성과의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헬스케어, 동물의약품, 인수합병(M&A) 등 서로 다른 승부수를 던진 보령(003850), 유유제약(000220), 대원제약(003220)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우주 베팅은 재무적 옵션?…본업은 승승장구



보령의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가 낙점한 신사업은 우주헬스케어로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제약업계 우려와 달리 실적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보령은 2022년 김 대표가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우주 관련 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와 함께 우주사업 프로젝트 'CIS(Care In Space)'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보령은 2022년 인류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ISS)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두 차례에 걸쳐 6000만달러(약 858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2023년에는 약 10억원을 출자해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현재로서는 보령의 우주 사업 투자로 인한 손익을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일부 우주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을 추려 합산한 장부가액은 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 Inc.)를 제외한 기업들은 모두 비상장사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금화 가능성을 기준으로 봤을 때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아직까지 우주헬스케어 사업이 본업인 제약 사업과 큰 연관성을 형성하지 못했지만 김 대표 체제에서 보령의 실적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보령의 매출은 2022년 7605억원, 2023년 8596억원에서 2024년 1조171억원을 기록하며 1조 매출 클럽에 들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6억원에서 683억원, 70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매출도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보령의 지난해 매출 1조356억원, 영업이익 9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에서는 회사 전체의 큰 그림을 김 대표가 이끄는 한편 본업인 제약(Pharma) 사업은 박윤식 부사장이 총괄하는 방식으로 분업화된 점이 안정적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령의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본업의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약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 임원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혁신신약 개발의 꿈 접고 동물의약품으로 선회



유유제약의 오너 3세 유원상 대표는 신약개발의 실패를 딛고 동물의약품 사업으로 방향을 튼 케이스로 꼽힌다. 유 대표는 2019년 부친 유승필 회장과 함게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2021년 단독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경영 전권을 쥐었다.

유 대표가 경영 초창기 택한 신사업은 안구건조증 신약 'YP-P10' 개발이었다. 유 대표는 2022년 해외의 각종 학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현장을 직접 챙기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YP-P10은 2023년 6월 미국 임상 2상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며 유유제약의 혁신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유유제약은 신약 개발로 인해 2020년 63억원 2021년 21억원으로 영업흑자 폭이 줄다가 2022년 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유유제약은 2023년 4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2024년에는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부터 동물의약품 사업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3월 동물의약품 등(동물의약외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같은해 12월에는 450만달러(66억원)를 출자해 미국 현지법인 유유 벤처(Yuyu Venture)를 설립하고 자회사 유유바이오를 통해 반료동물용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고양이 관련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해 고양이 특화 의약품과 건기식 사업에 중점을 두고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로서는 동물약 사업 진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실패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사업 방향 전환 결정을 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주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유제약의 경우 임상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수습에 나섰다"며 "이후 동물의약품으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기존 신약 개발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선택이라 납득이 간다. 경영자로서 무리가 가지 않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M&A가 성장동력 아닌 부담으로…수익성 '발목'



대원제약은 오너 3세인 백인환 대표가 주도해온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 전략이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본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원제약이 2023년 인수한 에스디생명공학의 적자로 인해 2025년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를 낼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대원제약은 에스디생명공학 인수를 통해 매출 1조원 규모의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했지만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2025년 매출이 6006억원으로 전년 5982억원에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손실 10억원, 순손실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282억원, 90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원제약의 M&A 잔혹사는 백 대표가 대원제약에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한 해인 2011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대원제약은 2011년 보청기 사업 진출을 위해 딜라이트(현 대원메디테크)를 인수하고 2021년에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극동에치팜(현 대원헬스케어)를 인수했다.

두 업체 모두 인수 이후 순손실을 지속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대원메디테크의 경우 장부가치가 0원으로 기재돼 있고 매출도 0원으로 표기돼 있어 사실상 폐업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원헬스케어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매출이 반등하고 있지만 흑자 전환에 이르진 못했다. 여기에 화장품 자회사인 에스디생명공학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갈수록 외형이 쪼그라들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사 손익계산서 수치와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이 급선무"라며 "실적 전망치를 하향해 목표 주가는 기존 대비 12% 낮춘 1만5000원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라는 입장상 비용 관리, 기존 사업 효율화 같은 전문경영인의 영역보다는 본인이 아니면 안되는 신사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중견 제약사들의 경우 망하진 않아도 크게 흥하기에도 어려운 구간에 와있다는 점도 이들이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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