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과정부터 피해 발생 이후까지 사전·사후 관리
법률자문단 운영·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등 피해 복구 지원
(전국종합=연합뉴스) 신학기 개강과 공공기관 및 기업의 인사이동 등으로 이사 행렬이 본격화하는 3월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가 청년·서민의 전월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무자본 갭투자'나 '깡통 전세' 등 다양한 형태의 전월세 사기에 취약한 대학생과 청년 등 사회 초년생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경제적·정서적 피해를 당사자들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사회적 비용적 줄이고 책임을 나누는 차원에서 각종 사전·사후 관리책들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김모(27)씨는 수천만원대의 전세사기 피해를 본 뒤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미래의 종잣돈을 사기당했다는 분노, 어리숙하게 속았다는 자책감에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2020∼2024년 전주에서 발생한 130억원대 전세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사는 빌라를 포함해 전주 시내 빌라 세입자 175명이 130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는데, 피해자 대다수가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이었다.
법원은 사기 행각을 벌인 임대사업자 A(47)씨에게 지난달 징역 16년을 선고했지만, 그에 따른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재판부는 "전세사기는 주거 안정을 뒤흔들고 서민에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누적 피해자는 지난해 말 현재 3만5천246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청년·서민을 상대로 한 전월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횡행하자 지자체별로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예방책과 사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오는 25일 법무사, 변호사, 공인중개사 등으로 구성된 강원도 전세사기 법률자문단을 위촉한다.
자문단은 신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소송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전월세 사기 대처법을 안내한다.
2023년부터 7차례 진행한 '찾아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단'을 올해도 운영한다.
제주도, 부산시, 삼척시 등은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시 임차인이 부담한 보증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구시의회는 최근 주택 임차인, 전세사기 피해자 등을 보호하는 내용의 조례를 잇달아 제정했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대구광역시 주택 조례 일부개정안은 안전한 주택 임대차 계약, 임차인 보호를 위한 지원 규정을 새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성이 큰 현실에서 임차인이 전문가와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의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조례안도 제정했다.
조례안은 전세사기 피해 예방, 피해자를 돕기 위한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조례안에 따라 대구시장은 예산 범위 안에서 임차인을 위한 법률 및 심리상담 지원, 임대차 계약 정보 제공,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경기 오산시는 지난 4일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중개사들로 구성된 안전전세관리단을 출범, 전월세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임대인의 연락 두절이나 소재 불명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와 유지보수를 지원한다.
유지보수는 소방, 승강기, 전기·조명, 방수, 배관 등 공용부(세대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는 최대 2천만원까지, 전유부(각 세대가 사용하는 부분)는 최대 500만원까지 해준다.
인천시에서는 수능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예비 사회초년생이 갖춰야 할 부동산 기초교육을 지원한다.
시교육청은 2024년 54개교, 2025년 50개교 등에 강사를 투입해 전세사기 예방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강의 주제는 전세사기 주요 유형과 대응 요령, 임대차 계약 전 필수 확인 사항, 세입자 권리 보호 장치 등이다.
또 위험 매물이나 악성 임대인을 구별하는 방법부터 근저당권 확인 절차, 전월세 계약서 작성법 등 실질적인 전세사기 예방법을 다룬다.
인천시교육청은 2024년 2월 '부동산교육 지원 조례' 제정을 계기로 부동산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주시는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학생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노린 깡통전세와 이중계약, 보증금 미반환 피해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업계는 전월세 사기 피해 예방 요령으로 ▲ 공인중개사 사무소 등을 통한 매매 및 전세 시세 확인 ▲ 등기부등본에서 저당권 및 채무상태 점검 ▲ 선순위 보증금 총합 및 세금 체납 여부 확인 ▲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여부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용욱 전주시 도시계획과장은 "대학생 등 청년들은 주거 계약 경험이 부족해 전월세 사기 피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중개 과정에서의 불법·부당 행위를 근절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태현 최찬흥 김용민 김상연 전지혜 장덕종 김용민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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