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간접투자로 중동·동남아 글로벌 확장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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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간접투자로 중동·동남아 글로벌 확장 가속

한스경제 2026-02-06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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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코친조선소 전경./HD현대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HD현대

|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해외 생산 거점 확보·투자 등 글로벌 사업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인도는 물론 중동 지역까지 팽창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사업 추진 방식은 변모했다.

과거처럼 호황기에 해외 조선소 인수 및 신규 건설 등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는 가급적 지양하고 현지 조선소에 생산을 맡기거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한 협력 체계 구축으로 글로벌 사업을 시작하는 간접투자가 대세로 떠 올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 중 삼성중공업이 최근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일 카타르 도하에서 현지 국영 조선소인 QSTS(Qatar Shipyard Technology Solutions)와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QSTS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사인 국영 나킬라트의 자회사로 지금까지 LNG운반선 등 2000여척의 선박 수리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양사는 선박 개조, AM(After Market) 분야에서의 협력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설비 ▲디지털 솔루션 분야 개조 ▲소형 해양 프로젝트 및 특수 목적선 신조 협력도 검토키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중동 지역에서 친환경 선박 전환과 해양 개발 프로젝트 수요 확대에 발맞춰 QSTS의 설비·네크워크를 활용함과 동시에 중동 사업의 구체적인 아이템을 향후 추이에 따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2년 전부터 포화 상태인 거제조선소의 도크 등 생산설비 부족과 인력난을 해외 조선소와의 협력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거제조선소를 기술개발 허브로 육성하는 한편 LNG운반선, 친환경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중심으로 특화하고 있다.

동시에 원유운반선 같은 범용 상선은 설계·장비구매·조달은 삼성중공업이 수행하고 전선(全船) 건조는 인건비 경쟁력을 가진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조선소에 위탁 건조를 맡기는 방식으로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2024년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8척을 싱가포르 팍스오션그룹 산하 중국 주산 조선소에 ‘통하청’ 형식으로 전선 건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라이베리아 지역 선주로부터 3411억원에 수주한 원유운반선 3척을 베트남 소재 조선소에서 건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작년 9월 인도 스완조선소와 조선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미국에서는 비거마린그룹과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콘래드 조선소와는 LNG 벙커링선 공동 건조 관련 협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오퍼레이션 기조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유연한 생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 역시 동남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간접투자 위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베트남조선(HVS)은 1996년 당시 현대미포조선과 베트남 국영 조선사 비나신(SBIC)의 합작으로 설립된 한국 조선업 최초의 해외 진출 모델이다. 현재 베트남 전체 수주잔량의 74%, 인도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현지 조선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HD현대는 베트남을 기자재와 친환경 설비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법인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인수한 HD한국조선해양은 두산비나를 LNG 탱크와 항만 크레인 등 친환경 선박 기자재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 중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지 업체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에는 양사가 기술 이전과 공동 수주에 나서고 인도를 세계 5위 조선·해운 강국으로 육성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국방부 산하 국영기업인 BEML과 ‘크레인 사업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작년 9월 운영을 시작한 HD현대의 필리핀 수빅조선소도 인수가 아닌 임대 방식을 선택했다. HD현대는 사우디의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조선소 건설 사업에도 참여 중인데 지분은 20%만 소유할 예정이다. IMI 조선소에서의 사업도 선박의 직접 건조가 아닌 설계와 기술 컨설팅에 대한 로열티만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직접 투자보다 현지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해외 사업 방식을 바꾼 것은 과거 조선업계가 겪었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주요 조선사들은 대규모 자금을 들여 해외에 조선소를 직접 건설하거나 현지 조선소를 인수했다. 지난 1997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루마니아의 망갈리아 조선소를 인수했다.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은 각각 중국 다롄과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를 신규 건설했다.

하지만 이들 3사의 대규모 투자는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로 끝났고 이는 각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 위기로 돌아왔다. 해당 사업들은 세계 경제가 호황인 시기에 추진됐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되고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자금난이 가중되며 이들 3사의 아픈 손가락이 돼버렸다. 현지에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숙련된 인력, 기자재 공급망이 충분히 구축된 온전한 조선 생태계가 요원했던 점도 인수 및 건설 등 직접 투자의 패착으로 꼽힌다.

조선 전문가는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조선소에 기술 지원이나 협력 관계 구축 등과 같은 간접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 조선에 있어 베트남과 인도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파트너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주요 조선사들도 직접투자 같은 모험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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