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집에서 조림이나 볶음 요리를 할 일이 잦아진다. 불 앞에 오래 서는 과정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냄비에 불을 올리고 간장을 붓고, 마지막에 단맛을 더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재료가 있다. 설탕보다 잘 풀리고 윤기가 살아나는 액상 형태의 감미료다. 조리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찬장 속 선택지다. 올리고당, 물엿, 조청이 나란히 놓여 있다.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막상 어떤 요리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점성이나 단맛 정도로만 구분하기 쉽지만, 제조 방식과 성분, 열에 반응하는 성질은 분명히 다르다. 같은 조림이라도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요리에 자주 쓰이는 3가지 액상 감미료를 기준으로, 영양 성분과 조리 적합성을 하나씩 살펴봤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올리고당'
올리고당은 설탕 대용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미료다. 포도당과 과당이 짧게 연결된 구조로 만들어진다.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지 않고, 일부는 소화되지 않은 채 장까지 이동한다. 이 과정 때문에 식이섬유와 비슷한 성질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설탕과 비교하면 단맛은 약한 편이다. 대신 열량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식단 조절을 하는 경우 선택되는 일이 많다. 나물 무침이나 샐러드 드레싱처럼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에 잘 어울린다. 반찬 간을 맞출 때 마무리 단계에서 소량만 더해도 맛이 과하지 않게 정리된다.
다만 분명한 한계도 있다. 열에 약하다는 점이다. 70도 이상에서 오래 가열하면 단맛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조림 국물이 끓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넣으면 단맛은 사라지고 끈적임만 남기 쉽다. 성분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올리고당은 불을 끄기 직전이나 조리가 끝난 뒤에 더하는 방식이 맞다. 멸치볶음이나 조림 반찬을 마무리할 때 한 숟갈만 더해도 충분하다. 단맛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체 맛의 균형을 잡는 역할에 가깝다.
윤기와 가성비를 잡는 '물엿'
물엿은 가장 흔하게 쓰이는 감미료다. 옥수수 전분이나 고구마 전분을 분해해 만든다. 색이 거의 없고 점성이 강하다. 가격 부담이 적고 대용량으로 판매돼 업소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가장 큰 특징은 열에 강하다는 점이다. 끓이거나 졸이는 과정에서도 단맛 변화가 크지 않다. 오히려 가열할수록 끈기가 살아난다. 닭강정이나 양념치킨, 맛탕처럼 겉면 코팅이 중요한 요리에 잘 맞는다. 팬에서 재료를 볶을 때 막을 형성해 수분 증발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멸치볶음이나 견과류 조림에 쓰면 표면이 반짝이며 식감이 단단해진다. 냉장 보관 후에도 딱딱해지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영양 성분은 거의 남지 않는다. 당도가 높아 사용량이 늘어나기 쉽다는 점도 부담이다. 설탕을 대신한다는 이유로 무심코 양을 늘리기보다, 윤기와 식감을 위한 재료로 생각하고 조절하는 편이 낫다.
깊은 맛을 더하는 '조청'
조청은 쌀이나 현미 같은 곡류를 엿기름으로 삭힌 뒤 졸여 만든다. 인공적인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갈색을 띠며 점도는 물엿보다 낮다. 단맛만 놓고 보면 세 가지 중 가장 순한 편이다.
조청의 특징은 맛의 결이다. 단맛 뒤에 구수함과 쌉싸름함이 따라온다. 조림 국물에 깊이를 더해 주고, 간장과 함께 사용할 경우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통 한과나 떡을 찍어 먹는 용도로 오래 사용됐다.
열에 대한 안정성도 나쁘지 않다. 오래 끓여도 맛이 쉽게 날아가지 않는다. 다만 색이 진해 맑은 국물 요리나 밝은 색감을 살리고 싶은 조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갈비찜이나 장조림처럼 색이 중요한 요리에는 잘 맞는다.
수제로 만든 조청은 방부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이 기본이다.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굳거나 결정이 생길 수 있는데, 따뜻한 물에 중탕하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요리별로 달라지는 선택 기준
세 가지 감미료를 같은 기준으로 쓰기는 어렵다. 나물 무침이나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에는 올리고당이 어울린다. 단맛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전체 맛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윤기와 끈기가 필요한 튀김이나 볶음 요리에는 물엿이 잘 맞는다.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라 조리 중간부터 넣어도 무리가 없다. 대신 사용량은 줄이는 쪽이 좋다.
조림 국물의 깊이를 살리고 싶다면 조청이 어울린다. 색과 맛이 함께 변하는 요리에서 특징이 드러난다. 단맛이 튀지 않아 간장 비율을 맞추기도 수월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