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씻기는 시 쓰고파”... 김수영문학상이 발견한 보석, 나하늘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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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씻기는 시 쓰고파”... 김수영문학상이 발견한 보석, 나하늘 시인 [인터뷰]

경기일보 2026-02-05 19:3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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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늘 시인. 민음사 제공

 

지난해 제44회 김수영문학상에 나하늘(34) 시인이 선정됐을 때 문단계 안팎에선 기분좋은 놀라움이 터져 나왔다. 전통적 등단 이력은 없으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문장들로 다음 장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인의 발굴이었다.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와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나 시인은 독립문예지 ‘베개’의 창간 멤버로 2017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은 창작 활동 외에도 독립출판물 ‘Liebe(리베)’, 은신술 등을 만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의 세계에 다가갔다. “무리한 파격으로 치닫지 않으면서도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타일에 매번 합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는 심사위원단의 평을 받은 그만의 시 세계는 지금, 또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지난해 12월 문학상 수상 시집 ‘회신지연’을 펴내고 다시 한 번 주목받은 나하늘 시인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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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늘 '회신지연'. 민음사刊

 

Q.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한다. 시인의 수상 소식에 대학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들이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던데.

A. 서점에서 일하는 중에 출판사 전화를 받았다. 조용한 공간이라서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며 밖으로 나갔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바로 기쁨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날 저녁 책방 손님들에게 조금은 더 친절하게 굴고 더 크게 미소 지었던 것 같다. 수상을 예감하진 못했지만 해당 원고로 시집이 출간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는데 수상시집으로 내게 돼 감회가 새롭다.

 

Q. 통상적인 등단 경로를 거치지 않고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점에서 일을 하거나 독립출판물을 만든 경험이 창작과의 균형을 찾는데 도움이 됐는지.

A. 독립문예지를 1년 남짓 만들었고 지난 몇 년간 개인 작업 위주로 발행했다. 글을 쓰는 것 뿐 아니라 책을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 역시 작업의 일부로 여겼다. 사람을 간단히 응대하거나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는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할 때 시를 쓸 때와는 다른 에너지를 쓰는 일을 택하기도 했다. 작업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데 몸을 움직이는 일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Q. 수상작 ‘사라지기’와 이번 시집의 표제작 ‘회신 지연’은 도피, 회피 등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시인이 추구하는 ‘사라짐’이란 무엇인가.

A. ‘사라지고 싶다’는 감각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자리잡은 나의 지배적인 정서다. 그런데 ‘단절'이 아닌, ‘연결’로서의 사라지기에 대해서 상상한다. ‘나 자신이 되기’, ‘나답게 살기’ 따위의 신자유주의적 명령의 반대편으로 걷기, 그곳에서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지우기, 나를 지웠을 때 열리는 그 가능성이 궁금하다.

 

Q. 평소 시의 소재, 영감 등은 어디에서 찾나.

A. 평소에 가까운 친구들과 비문으로 말하는 걸 즐긴다. 예를 들어 ‘부상’이라는 시에서 ‘겨울이 오고 싶다’는 문장도 친구와 실제로 썼던 표현이다. 주술 호응은 안되지만 ‘눈이 오는 날에는 눈밭에 발이 빠지면서/살고 싶다'를 잇는 문장으로 어쩐지 더 정확하게 느껴져 그대로 썼다. 또 문학 외의 다른 장르의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가까운 창작자 중 ‘반음악’을 탐구하는 분이 있는데 그런 창작자들이 기존의 음악이나 소리에 대해 갖는 흥미로운 질문을 문학이나 문장에 적용해보는 걸 좋아한다. ‘사라지기 3’에 나오는 ‘반문장’이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Q.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A.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학살, 팔레스타인 해방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 필담으로만 소통하며 진행되는 모임인데 그 시간이 자주 기다려진다. 평소 긴장도가 높고 주의력이 흩어질 때가 많은데 이 모임에 가면 마음이 모아지고 허공에 떠 있던 발이 땅에 닿는 걸 느낀다. 삶에서도 창작을 한다고 해서 현실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실히 알고, 발을 땅에 잘 붙이고 살아가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시를 짓고 싶은지.

A. 씻기는 시를 쓰고 싶다. 살다보면 어지러운 것들이나 아픈 같은 것들이 자꾸 얼굴 어딘가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기분이 들어서 불편하지 않나. 시를 쓰는 행위가 그런 얼룩이나 고통을 씻기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 시를 읽는 분들에게도 동일한 일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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