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7세트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서,
본인 아니면 모를 파울 고백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월드컵 15회 우승, 세계선수권 4차례 정상. 산체스(웰컴저축은행)는 당구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PBA는 그에게 또다른 도전이었다. 낯선 테이블과 큰 응원 소리, 화려한 조명. UMB 무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에게도 적응이 필요했다.
23/24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배를 통해 PBA 무대에 데뷔한 산체스의 첫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개 대회에 출전, 최고 성적은 32강 두 차례였다. 시즌 총상금은 600만원. 세계 최정상 선수에게는 초라한 성적표다.
팀리그에서도 존재감은 분명했다. 에스와이에서 웰컴저축은행으로 이적한 산체스는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고 다승 부문 6위(45승36패)에 올랐다. 이 결과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팀의 중심이었다.
팀 동료 김예은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남다르다. 팀원마다 어려운 일은 없는지 늘 신경 쓴다. 장난도 스스럼없이 치지만, 냉정해야 할 때는 확실히 냉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이나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면 그걸 계기로 더 노력하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더 발전하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하지 않았을 선택도 올해는 바뀌었다. 뱅크샷 시도 자체가 확실히 늘었다. 옆에서 산체스가 당구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챔피언십’에서도 산체스 기세는 대단했다. 128강부터 4강까지 모두 세트스코어 3:0 완승.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고, 3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다.
그러나 결승전 마지막 7세트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터치 파울’을 고백함으로써 3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산체스는 경기 후 “예비 스트로크를 할 때 수구와 가깝게 큐를 맞댔는데 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공을 치는 선수가 아니면 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큐가 닿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다”며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산체스의 이러한 모습에 우승자 Q응우옌 역시 “경기 도중 본인이 범한 파울을 스스로 심판에게 먼저 알리는 모습을 보며 산체스 선수를 다시 한번 우러러보게 됐다”며 존경을 표했다.
웰컴저축은행PBA챔피언십 결승에서 Q응우옌은 훌륭한 실력을 선보였고, 산체스는 실력과 함께 당구선수로서 품격을 보여줬다. 이날 결승전은 결국 두 명의 승자를 남긴 셈이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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