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외식 시장에서 중화권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진출을 준비하거나 매장을 확대하면서 한동안 제한적이었던 중국 외식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트렌드 차원을 넘어 국내 외식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중국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광저우를 방문했다. 현지 일정을 마친 뒤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장원영은 방송 도중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신 뒤 맛에 놀라 "브랜드명을 알아봐야겠다"며 잠시 방송을 중단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장원영 밀크티'로 알려진 해당 음료가 중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패왕차희(차지)'의 제품으로 밝혀지면서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관심을 끌었다. 이후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차지는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로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지는 중국 윈난성에서 출발해 현재 6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프리미엄 밀크티 브랜드다. 전통차를 기반으로 한 담백한 맛과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 중국 경극 '패왕별희'에서 착안한 패키지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워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현지에서 브랜드를 접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몇 년간 중국 본토에서 인기를 끈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하고 있다. 미쉐(MIXUE), 차백도(ChaPanda), 헤이티(HEYTEA)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밀크티 브랜드들이 강남·성수·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는 중국 내 매장 수 기준 1위를 차지한 밀크티 프랜차이즈 '미쉐'다.
이어 2024년에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백도'가 한국에 첫 매장을 열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차를 마시는 100가지 방법'을 의미하는 브랜드명처럼 다양한 종류의 밀크티를 선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넉넉한 용량을 앞세워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밀크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잇단 상륙은 국내 외식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024년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중식은 일식·한식·서양식을 제치고 외식 업종별 평균 매출 1위에 올랐다. 이는 하이디라오, 탕화쿵푸, 차백도 등 중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국내에 처음으로 마라탕을 선보인 탕화쿵푸를 비롯해 다음해에는 훠궈를 내놓은 하이디라오, 2020년에는 중국식 생선찜으로 주목받은 반티엔야오 카오위 등 다양한 중국 향토 음식이 우리나라 젊은 층 사이에서 대중화됐다.
각 프랜차이즈의 매출 성장세도 이러한 인기를 뒷받침한다. 탕화쿵푸의 2024년 매출액은 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매장 수는 2022년 327개에서 2024년 기준 494개로 확대됐다. 프리미엄 훠궈 브랜드인 하이디라오는 매장 수 증가 폭은 크지 않았지만 8개 매장만으로도 2024년 7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박서희 씨(29·여)는 "평소 친구들과 만나면 훠궈나 마라탕, 양꼬치 등 중국 음식을 자주 먹는다"며 "예전에는 중국 음식이라고 하면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먼저 들었지만 요즘에는 한국에 진출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오히려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헤이티나 차백도 같은 경우에는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 중국 브랜드인지 모른 채 먹었을 정도로 최근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확산은 단순한 '외국 브랜드 유입'과는 결이 다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본토에서 수천개 단위의 매장을 운영하며 물류·원가·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한 상태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다. 초기에는 플래그십 매장이나 직영 위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뒤, 일정 수준의 인지도가 확보되면 가맹 확장을 통해 빠르게 상권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국내 중소 외식 브랜드나 개인 자영업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외식 브랜드 확산을 단순한 문화 교류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음식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압도적인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경우 국내 브랜드와 자영업자의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SNS 확산과 해외 경험을 기반으로 한 소비가 반복되면서 특정 국가의 브랜드가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현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며 "국내 외식 산업의 경쟁력과 자영업 생태계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에 대한 질문 역시 함께 던져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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