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인 시설 성폭력 의혹에 ‘탈시설’ 논의 재부상...현실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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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애인 시설 성폭력 의혹에 ‘탈시설’ 논의 재부상...현실화 가능할까

투데이신문 2026-02-05 17:31: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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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긴급탈시설 가이드라인 발표 3주년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긴급탈시설 가이드라인 발표 3주년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최근 인천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성폭력 의혹 사건이 불거지며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보호와 진상 규명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시설 운영 전반의 감시·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간 찬반 갈등이 첨예했던 ‘탈시설’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2011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 이후 정부의 전수조사가 있었고 그 과정에 인권지킴이단이라는 예방 체계도 설계됐으나 거주시설 인권참사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30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인천 강화군 색동원 내 여성 장애인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범부처 TF 구성을 지시했다. 김 국무총리는 동시에 전국 시설 전수조사를 긴급 제시했으나, 장애인 단체에서 시설 전수조사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전장연 측은 “울산 태연재활원과 이번 색동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인권지킴이단은 시설 입맛에 따라 구성됐고 실태조사는 면죄부로 전락했다”며 “정부가 실시한 실태조사 데이터조차 제때 공개하지 않고 조사 인력으로 시설 관계자를 포함하며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책임을 전가하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직무유기가 계속되는 한, 전수조사는 기만적인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설 내 거주 환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학대다. 복지부는 시설 수용이 장애인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시설 유지 예산을 쏟고 있다”며 “색동원에서 시설장이 19명의 여성 거주인 모두에게 학대를 가하는 동안 국가가 침묵했던 것은 장애인 시설수용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일갈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색동원 사건 범정부 합동대응TF 1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색동원 사건 범정부 합동대응TF 1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장연은 이재명 정부에 장애인 시설수용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탈시설 지원법,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 2.0 마련을 요구했다.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은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복지부가 발표한 중장기 계획으로 장애인의 단계적 지역사회 전환과 주거·돌봄·소득 지원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 바 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대규모 거주시설이나 수용 중심의 보호 환경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돌봄·의료·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탈시설한 장애인들은 이미 설정된 프로그램을 따라야 하는 시설 내 생활과 달리 자신의 주거 공간 안에서 하루 일과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삶을 계획할 수 있다. 이들은 이 과정에 활동 지원가와 주거 지원팀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탈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형숙 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간은 지역사회에서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권리다. 시설 내 거주 환경이 좋은 방향성으로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시설 내 장애인들은 사회와 유리될 수밖에 없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 당시 발표된 탈시설 자립지원 로드맵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 예산 삭감 등 과정을 거치며 퇴행을 거듭했다”면서 “내년부터 장애인 자립생활지원법이 시행되는 만큼 예산 반영 필요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이 지난해 5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복지부의 탈시설정책 중단과 거주시설 선진화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이 지난해 5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복지부의 탈시설정책 중단과 거주시설 선진화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안부터” 반발에도 탈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다만 중증발달장애인의 무조건적 탈시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폐지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탈시설지원법에 대해 “장애인 복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시설의 단계적 폐쇄를 전제하고 있다”며 “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선택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시설이 선택 가능한 주거의 한 형태이며 대안 없는 시설 폐쇄는 장애인 당사자와 그들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원 체계가 촘촘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투입된다. 당연히 정부 기관은 탈시설 지원 정책을 반대할 것”이라면서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들도 지역사회 내 지원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탈시설을 반대하는 것이다. 체계가 잘 잡혀있다면 열악한 시설 대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하경희 교수는 본보에 “탈시설 관련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는 이유는 장애인 당사자들을 제외한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가족들은 돌봄의 부담을 덜고 정부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그들을 보호하며 시설은 운영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 장애인만 희생되고 있는 구조인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탈시설화가 이뤄진 서구의 경험을 봤을 때 결국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새로운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지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통합 서비스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탈시설한 장애인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시설 밖 논의는 있는데...‘병원 밖’ 논의는 전무하다

한편 탈시설과 유사한 주장으로는 ‘탈원화’가 있다. 탈원화는 주로 정신장애인이나 장기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병원에 장기간 수용되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개념이다.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줄이고 지역사회 기반 치료와 생활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2023년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 인권 보장을 위한 탈원화 로드맵 제안서’를 통해 복지부가 UN 장애인권리협약(CRPD)과 MI원칙(정신질환자를 위한 보호 및 정신보건 향상을 위한 유엔 원칙) 등 국제기준에 따라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인권 신장을 위한 적극적 탈원화와 자립생활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탈원화·탈수용화의 출발점을 ‘당사자의 천부적 존엄과 가치, 동등하고 양도 불가능한 권리’ 인정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CRPD 제14조(신체의 자유 및 안전)에 근거해 정신질환·정신장애 경험을 이유로 자유 박탈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강제적 구금 등 모든 형태의 강제 조치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CRPD 제15조를 들어 강제 치료와 약물 투여는 굴욕적 대우 또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어 즉각 제거돼야 하며 비인도적인 격리·강박 같은 구시대적 조치도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CRPD 제19조에 따라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동등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주거 대책과 지역 중심 서비스, 당사자 주도형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등 효과적이고 적절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탈원화에 대한 논의는 일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복지부 내 장애인 복지 정책은 제1차관 소속, 정신질환자 관련 정신건강 정책은 제2차관 소속으로 나눠져 있는데, 장애인 복지 측면에서는 이미 탈시설 관련 논의가 일부 진척이 있었던 반면 정신 건강 정책에 포함되는 탈원화 정책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 같은 정책 부재가 국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탈원화는 탈시설과 달리 병원에서 환자를 내보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정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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