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공식 석상에서 외국인 이주 여성을 ‘수입’의 대상으로 지칭하며 지방 인구 소멸 해결책으로 제시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권침해와 매매혼 조장 논란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장의 인식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여성 도구화’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지난 4일 전남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불거졌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패널로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인구 소멸 대책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문제의 발언을 내뱉었다.
김 군수는 “광주·전남이 통합할 때 인구 소멸에 대한 것도 법제화해서,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 쪽 젊은 처녀들 수입해서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도 없는데 산업만 밤낮(으로) 살리면 그게 제대로 되겠냐”고 반문했다.
해당 발언은 유튜브 등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 시장은 즉각 손사래를 치며 “외국인 결혼, 수입 이건 잘못된 이야기다. 지역에 산업이 있어야 출생률도 인구도 늘어난다. 결국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으나, 김 군수의 발언은 이미 전파를 탄 뒤였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2006년 정부가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수 지자체가 이른바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결혼중개 수수료, 항공료, 혼례 비용 등을 예산으로 지원해 미혼 농어촌 남성의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내용이었다.
농촌 인구 감소와 미혼 남성 증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조례들은 “외국인 여성, 특히 결혼이주여성을 출산·보육·가사·농사 노동을 떠맡는 존재로만 본다”는 비판에 꾸준히 직면해 왔다. 여성은 ‘아이 낳아 농촌을 지킬 인력’, 외국인은 ‘부족한 인구를 메우는 수단’ 정도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역시 2022년 해당 조례들이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 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폐지·개선을 권고했다.
이후 시민사회와 인권위의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 2023년, 흐름은 빠르게 바뀌었다. 2020년까지 23개 기초 지자체가 국제결혼 시 300만~1000만원까지 예산을 지원해 왔지만, 대부분 지방의회가 조례를 잇달아 폐지하면서 사실상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는 정책 현장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강원 인제군 정도만 관련 조례를 유지하고 있고, 그마저도 2018년 이후 실제 이용자는 ‘0명’인 상태다. 전남 강진군은 조례명을 ‘결혼 이민자 가정 정착 지원 조례’로 변경하고, 결혼중개비가 아닌 지역 정착 지원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국제결혼 지원을 ‘인구 대책’에서 ‘이주민 정착 및 인권 보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김 군수의 발언은 정책·인권 논의의 흐름과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 국가 여성들을 ‘수입 대상’으로 호명한 점, 결혼과 이주를 인구 소멸 대응 수단으로만 바라본 점이 과거 ‘농촌 총각 장가 보내기’ 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 다문화·이주인권 단체 관계자는 “대부분 지자체가 국제결혼 지원 조례를 폐지한 이유는, 이주여성을 인구·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현직 군수가 같은 발상을 공개적인 타운홀 미팅에서 되풀이했다는 건 성인지·인권 감수성 측면에서 매우 후진적인 신호”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혼과 출산을 특정 집단 여성에게 전가하는 접근이 아니라, 지역의 일자리·교육·돌봄·주거 정책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구 문제를 이유로 외국인·이주 여성을 도구화하는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문제는 물론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갈등과 반발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군수는 타운홀 미팅 이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5일 군청 게시판을 통해 “노동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농어촌에 외국 노동력을 유입하고 미혼인 농어촌 지역 남성들의 결혼을 장려해 농어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외국 미혼 여성의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발언하는 과정에서 ‘수입’이라는 단어를 잘못 선택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실수를 했다”며 “본래 의도와는 달리 오해와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용어였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발언 취지는 특정 국가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대상화하려는 것이 전혀 아니”라며 “결혼 이주여성 및 이주민을 존엄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 공동체의 형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인 소통과 점검을 강화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발언으로 상처를 받았을 분들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도군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진도군청 홈페이지 등에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국격을 실추시켰다” “성평등 감수성이 어느 수준인지 알 만하다” “그런 (왜곡된 시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하니 인구가 점점 더 줄고 엉망이 되는 것” 등의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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