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잇(IT) 스토리] 고정밀지도 반출 고심하는 정부…구글·애플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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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잇(IT) 스토리] 고정밀지도 반출 고심하는 정부…구글·애플 속내는

아주경제 2026-02-05 17:15: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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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 로고 사진AP 연합뉴스
애플과 구글 로고 [사진=AP 연합뉴스]

정부가 구글과 애플이 요청한 1대5000 축척의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결정을 두고 장고에 들어섰다. 그동안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가 안보 확보를 이유로 반출을 불허해왔으나, 미국이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함에 따라 통상 이슈로 번지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 및 학계에선 구글과 같은 해외 플랫폼에 국내 시장이 잠식 될 수 있다면서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데이터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충분한 시장 경쟁력을 갖춘 후 단계적인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밀지도 노출 시 국가 안보에 큰 위협…관련 산업에 최대 197조원 손실도"

고정밀 지도 반출을 두고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국가 안보다. 구글이 요구하는 1대5000 축척의 지도 데이터는 위치 오차가 1.5m 이내로 매우 정밀하고, 보안시설의 위치정보가 포함된 원본이다. 기존 구글 지도 등 위성 사진에 이러한 정밀지도 데이터를 중첩하면, 유사시 타격 정밀도가 상승해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구글과 애플은 국내 보안 시설은 블러 처리하고, 좌표를 삭제하는 등 기술적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보안시설이 노출됐을 때 즉시 시정하기 위해 국내에 서버를 둬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애플은 국내 서버 설치 요구에 긍정적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외 서버 기반 서비스에서 법 위반이 발생해도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국내 사업자의 경우, 전용 단말기, 사업장 내 보호구역 지정 등 적합성 여부를 점검 받고 있다. 해외 사업자도 이와 동등한 수준의 보안 심사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 반출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학계에서는 해외 플랫폼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산업에 최대 197조원 규모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향후 10년간 지도 반출로 인한 누적 총비용은 낙관 시나리오에서도 150조원이고, 비관적 경우 최대 197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비용에는 △국내 산업의 수익 감소 △해외 플랫폼에 지급되는 로열티 유출 △생태계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손실 등이 반영됐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출 직후에는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뚜렷하지 않지만 2029년 이후부터 손실이 급격히 확대돼 2035년에는 연간 최대 99조 원 규모의 피해가 전망된다. 해외 기업 의존도가 커지면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신생 업체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줄어들면서 혁신 역량과 산업 진입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글·애플, 지도 서비스 넘어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주도권 확보할 듯"

구글과 애플의 지도 데이터 요청은 일차적으로는 지도 서비스 활성화와 품질 개선이 목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이나 드론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간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들여 구축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AI 학습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구글은 지도 서비스를 단순한 길찾기 도구가 아닌,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사업과도 연계된다. 일례로 구글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를 중심으로 도로 구조, 차선 정보, 신호 체계, 보행자 동선 등 초정밀 공간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자율주행뿐 아니라 물류 자동화, 로봇 배송,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알고리즘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지도 데이터를 증강현실(AR)과 혼합현실(MR), 웨어러블 기기를 잇는 플랫폼 경쟁력을 미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자체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실내지도, 3차원 건물 정보, 보행자 중심 내비게이션을 강화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공간 컴퓨팅 기기에서 현실 공간 위에 디지털 정보를 얹기 위해서는 정밀한 위치 정확도를 갖춘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이들은 광고·커머스·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도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위치 기반 광고 효율을 높일 뿐더러, 로컬 상권·예약·결제 서비스와의 연계도 강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이동·소비·생활 패턴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효과가 기대된다. 고정밀 지도 확보 여부가 단순 서비스 개선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플랫폼 주도권 경쟁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는 단일 데이터가 아니라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AI 기반 서비스 등 미래 산업 인프라로 연결되는 핵심 자원"이라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개방이 이뤄지면 산업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고 밝혔다. 이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을 포함해 생태계 유지를 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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