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상벌 및 분쟁 심의위원회의 심사위원장 징계의 결정이 국내 모터스포츠 징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오토레이싱’은 앞선 <기자수첩> 을 통해 해당 결정의 절차적·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이번 심층 분석 기사를 통해 반복되는 갈등의 근본 원인과 제도 개선을 위한 현실적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 기자수첩>
스포츠 징계 절차에서 공정성은 결과가 아니라 구조로 증명된다.
징계가 정당했는지 여부는 판단 이후에 논의될 수 있지만 그 판단이 어떤 절차 위에서 내려졌는지는 그보다 앞선 문제다. 이는 심의 결과가 옳았는지와 무관하게 해당 결정을 당사자와 현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징계·분쟁 심의 기구에서 이해충돌은 ‘실제 편향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편향으로 보일 가능성만으로도 회피 사유가 성립한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위원의 판단 능력이나 도덕성을 의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결정 자체가 외부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적 조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서다.
국내 주요 체육단체와 프로스포츠 리그 다수는 이러한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확인되거나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경우 해당 위원은 자발적 회피 또는 제척(특정 사안과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는 것)은 개인의 판단 능력을 문제 삼는 제도가 아니라 절차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국제 스포츠 기구 역시 같은 기준을 유지한다. IOC와 각 종목 국제연맹은 윤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볼 때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심의위원이 회피 없이 징계 심의와 의결에 참여했고, 그 참여 없이는 결론이 성립하기 어려웠다는 구조는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 이 문제는 징계 수위의 적절성이나 판단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법조계와 스포츠 행정 전문가들 역시 스포츠 부문 징계 절차에서의 이해충돌 문제를 결과 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색을 통해서도 “징계 절차는 사실상 준사법적 판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제로 불공정했는지보다 외부에서 공정하다고 인식될 수 있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이해충돌이 사전에 차단되지 않으면 어떤 결론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징계가 개인의 지위, 자격, 명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절차적 흠결이 결과 전체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징계가 경미하든 중하든,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순간 그 결정은 수용력을 잃게 된다.
결국 ‘회피와 제척 없는 징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규정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스포츠 단체가 징계를 통해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징계는 질서를 세우기보다 갈등을 남기고, 규율을 강화하기보다 불신을 축적한다.
이번 사안이 던지는 문제는 명확하다. 징계의 결론보다 먼저 점검돼야 할 것은 그 결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과연 제도적으로 안전했는가라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정리되지 않는 한 유사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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