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는 범여권 의원들과 함께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에서 ‘제2의 쿠팡사태 방지와 대규모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집단 소송법 제정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학영·서영교·백혜련·박주민·오기형·김남근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말 쿠팡이 337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피해 고객은 물론 정부·국회에도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집단소송제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올해 상반기 안에 집단소송법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집단소송이 허용되는 분야는 증권 관련 소송에 한정된다.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다. 광범위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 국민이 피해자인데 일일이 소송을 안 걸면 (보상을) 못 받는 거 아니냐. 소송비가 더 들게 생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입법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제정안 8개가 계류돼 있다.
오기형 의원은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사례를 언급하며 “애플은 미국에서 집단소송으로 약 6570억원을 배상했지만 한국에서는 소송을 건 약 40만명 중 항소심에서 겨우 7명만 7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며 실질적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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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제를 맡은 한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물의를 일으킨 쿠팡이 책임져야 하는데 제도적 공백으로 전국 법원의 직원, 판사 등은 물론 국민이 사회적 비용을 떠안고 있는 구조”라며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8개의 발의안에 대해 적용 범위와 소송 주체, 판결의 효력 등에 따라 내용을 분류된다고 밝혔다.
우선 적용 범위를 일반적·포괄적으로 설정할 것인지, 소비자기본법 등 법률에 따라 분야를 한정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피해는 개인정보 유출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포괄적 규정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법상 담합, 개인정보 유출 등 3가지는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소송 주체도 의안별로 다르게 정하고 있다.
오 의원의 안은 ‘대표당사자를 기본으로 하되 소비자단체 등도 책임확인 소송이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김남근 의원의 안은 ‘100명 이상의 요청을 받은 비영리민간단체도 소송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식이다.
판결의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느냐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옵트아웃(Opt-out) 방식은 백혜련, 박주민, 차규근, 한창민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제시했다. 옵트인(Opt-in) 방식은 이학영, 김남근 의원이 주장했다. 옵트아웃은 집단소송이나 단체분쟁에서 별도의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판결 효력이 전체 구성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사전에 신고하면 된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옵트아웃 방식은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 캐나다를 넘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다수 국가가 효율적 구제를 위해 채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소비자 보호를 넘어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이익을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법의 취지를 봐도 옵트아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집단소송제를 두고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그간 묻혔던 소송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남소’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해외에서는 규제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방 장치로 △청구 원인 미비 시 조기 기각 등 엄격한 요건 심사 △패소자 비용 부담 △반복 소송 제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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