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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민 기자]새벽 1~2시에 퇴근해도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진료가 모두 끝난 뒤에도 병원 원장의 호출은 이어졌고, 무전기 너머로 욕설이 쏟아졌다. 집에 돌아간 뒤에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저능아 ○○야”, “이 쓰레기들 진짜” 같은 말이 밤늦도록 반복됐다.
업무 중 사소한 실수가 있으면 직원들은 세미나실이나 복도로 불려 나왔다. 원장은 알루미늄 옷걸이 봉으로 바닥과 벽, 출입문을 내리쳤고, 직원 한 명을 벽 앞에 세워두고 1~2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질책했다. 전날 밤 11시에 퇴근했다는 이유로 “일찍 퇴근해 기분이 상한다”며 몇 시간 동안 벌을 세운 사례도 확인됐다.
반성문 작성은 일상이었다. ‘환자 연락을 잘 받자’, ‘무전을 잘하자’, ‘수술 보고를 철저히 하자’ 같은 문장을 반복해 많게는 20장까지 쓰게 했다. 같은 내용의 반성문만 500건이 넘었다.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이후에도 이른바 ‘깜지’를 써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 강남의 이 치과병원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폭언·폭행과 직장 내 괴롭힘이 상습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감독은 퇴사 시 위약금을 물도록 한 계약 조건이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청원을 계기로, 재직자 제보까지 더해지며 특별근로감독으로 전환돼 약 두 달간 진행됐다.
고용부는 폭행, 위약예정 금지 위반, 근로·휴게시간 위반, 임금체불 등 6건을 범죄로 인지해 형사입건했다. 직장 내 괴롭힘,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 7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18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퇴사 30일 전에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하루당 평균임금의 50%를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근로계약 부속 확인서를 다수의 노동자에게 작성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 두는 이른바 ‘위약예정’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실제 병원은 퇴직자 39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 중 5명에게서 669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시간과 임금 문제도 심각했다. 진료 종료 후 잦은 업무 지시로 연장근로 한도를 반복적으로 위반했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총 264명에게 3억2000만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고용부는 감독 기간 중 체불임금 3억2000만원 전액을 청산하도록 조치했다. 퇴직자 11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모두 철회하게 했으며, 이미 지급받은 손해배상금 669만원도 즉시 반환하도록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복하게 일해야 할 일터에서 폭행과 괴롭힘을 견뎌온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도 폭행과 괴롭힘, 위약예정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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