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목소리 무단 복제"…日성우들 저작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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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목소리 무단 복제"…日성우들 저작권 침해 논란

이데일리 2026-02-05 14:5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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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배우와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일본 성우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인공지능(AI)이 성우들의 목소리를 무단 학습하면서다. 온라인에서는 음성 데이터가 버젓이 거래되는 등 목소리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사기 광고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AFP)


◇1만원이면 구매…투자사기 광고 등에 악용 늘어

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선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성 데이터를 판매하는 웹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목소리마다 성우 이름이 표기돼 있으며, 소비자는 1000엔(약 9300원) 수준의 요금만 내면 원하는 음성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다. AI로 무단 학습한 음성이 거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같은 AI 복제 음성은 주로 소셜미디어(SNS) 콘텐츠 제작 과정에 쓰인다. 동영상 콘텐츠에 성우 목소리를 덧입혀 흥미를 높이는 용도다. 닛케이는 “음성 데이터는 실제 성우 목소리와 매우 흡사하며, 억양과 감정 표현도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표 성우 중 한 명인 야마데라 코이치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연기에 담긴 감동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AI가 인간의 연기를 따라잡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성우들이 문제삼는 것은 음성 데이터 복제·거래가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본 저작권법은 애니메이션, 음악, 낭독 등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일본 문화청은 “목소리는 표현을 위한 수단일 뿐 저작물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복제된 음성이 투자사기 광고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본배우연합의 2023~2024년 조사에 따르면 불과 3개월 동안 음성 데이터 무단 사용 사례가 270건에 달했다. 플랫폼별로는 틱톡이 2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튜브가 50건으로 뒤를 이었다. 피해를 입은 성우는 200명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범죄 등에 남용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SNS상 투자 사기 광고에 유명인 목소리를 흉내 낸 나레이션이 빈번히 등장했다. 보이스피싱 등에 가족 목소리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일본 경찰청 간부는 “음성은 영상보다 신뢰감을 주어 피해자가 실제 인물의 발언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성우 카이다 유코는 “AI가 만든 음성이지만 주변에서 내 일이라고 오해받는 게 가장 불쾌하다”며 “성우에게 목소리는 오랜 훈련과 경험으로 갈고닦은 ‘상품’인데, 이를 통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배우연합은 음성 데이터 사업자들에게 성우 목소리와 유사한 음성이 포함된 경우 삭제를 요청하는 대응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에 응하고 있지만, 협조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연합은 ‘공식’ 음성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착수했다. 다양한 언어 오디오 가이드 등 기업용 수요를 고려해 본인 동의를 거쳐 음성을 유상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합법 거래로 느껴질 수 있도록 음성 데이터 판매를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미국 테네시주는 2024년 3월 21일 ‘엘비스법’(Elvis Act)을 제정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목소리 무단 생성을 금지했다. (사진=AFP)


◇“초상권·서명·이름 등처럼 법적으로 보호해야”

전문가들은 성우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유명인의 이름·얼굴·서명 등이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퍼블리시티권’(인격적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 대상이 되는 만큼, 목소리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퍼블리시티권 범위에 포함한 판례가 일부 존재하지만, 이름이나 얼굴 등과 달리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AI 챗봇 확산이 본격화한 2024년 ‘지식재산 추진계획’에 성우의 음성과 권리관계 정리를 과제로 제시하고 불공정경쟁 방지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AI 음성을 이용한 음악 제작이나 알람시계 판매를 예로 들며 “불특정 다수가 특정 인물의 목소리임을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음성’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해 오인 가능성을 초래한 경우엔 불공정경쟁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법성을 인정받으려면 해당 목소리가 ‘널리 알려진 음성’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정도를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범위가 모호해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AI 커버’ 등 복제 콘텐츠라는 사실을 명시한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각에선 지나친 규제가 모창 공연이나 예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음성 복제 문제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확산 중이다. 실례로 미국 테네시주는 2024년 ‘엘비스법’(Elvis Act)을 제정해 AI를 이용한 목소리 무단 생성을 금지했다.

와세다대 우에노 다쓰히로 교수는 “현행법에서도 대응 가능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떤 경우가 권리 침해에 해당하는지,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등 불명확한 점이 많다”며 “목소리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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