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북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 한 마리가 탈출했다. 나는 뉴스를 듣자마자 그 동물이 내 엄마란 걸 알았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탈출한 동물종의 이름을 발음했다. 다나."
2017년 단편소설 '드밀'로 제16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서영의 첫 장편소설인 '다나'(민음사)가 출간됐다.
가상의 짐승 '다나'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인물인 '나'가 주인공이다.
서른 살의 '나'는 인간 여성과 똑같은 모습으로 다나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간다.
다나는 존재부터가 문제적이다.
신비로운 열대 섬에 서식하던 다나는 인간과 같은 외모로 처음엔 섬 원주민으로 여겨졌으나,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사람이 아닌 동물로 판정됐다. 이후 인간 세계로 온 다나는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등벌레병을 옮기는 '침입종'으로 취급당한다.
소설은 '나'의 엄마인 다나가 동물원을 탈출하며 시작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나의 탈출을 생태계의 위협으로 간주해 재난을 선포하고 방제 대책을 세우고 벌목꾼들은 그에 따라 나무를 벤다.
한때 멸종위기의 보호종이었으며, 동물원의 전시상품인 다나는 그곳을 벗어나는 순간 숲을 병들게 하는 '유해 동물'로 지정되고, 허가받은 '사냥감'으로 전락한다.
어린 시절 다나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손에 길러진 '나'는 숲을 파괴하는 엄마를 찾아 나서 죽이기로 한다. 자기 정체성의 절반인 다나를 버리고 '인간 되기'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나'조차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벌목꾼 집단의 유일한 여성인 '나'는 별종 취급을 당한다.
'나'는 자신에게 이유 없이 따라붙는 못마땅한 시선을, 음흉하고 여성 혐오적인 농담을 침묵으로 버틴다.
작품은 묻는다. 누군가를 '짐승'으로 규정하고 증오함으로써 성립되는 '사람됨'이란 무엇인지, 배제와 타자화를 통해 획득하는 자유가 과연 참된 자유인지.
작가는 '별종'과 '침입종'이라는 낙인 너머 보이는 사회적 가장자리를, 차별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본다. 혼종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경계를 한눈에 드러내는 작품이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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