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통상 당국은 관세 인상의 공식화 절차인 미국의 관보 게재를 막고 유예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확답을 얻지 못한 상태다. 다만 전날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다룰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특별법 통과에 속도가 붙게 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동맹인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美, 韓관세인상 관보 게시 부처간 협의중
통상본부장 "대미투자특별법이 핵심…美측에 이행 의지·진전 설명"
현재 미국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인상 발표를 관보로 공식화하는 문제를 놓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 유니온역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상황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과 기타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표를 구체적인 시행 일정과 함께 행정적으로 공식화하는 절차가 관보 게재인데 아직 관세 인상 적용 시기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방미한 여 본부장은 이번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副)대표와 논의했다.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이후 전화 통화를 했고, 전날 만나기로 했으나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 인하 발표로 일정이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은 방미 기간 미 정부·의회 인사들과 만나 "한미 합의에 담긴 (대미) 투자 및 비관세 부문에 있어 한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있고, 그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측은 우리의 시스템이 (자신들과) 다른 부분을 이해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도 아웃리치(대미 접촉)를 계속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관세 인상 지연을 위해 통상·외교라인을 총동원하고 있다.
캐나다 출장 중이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밤 워싱턴DC로 급파돼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귀국한 김 장관은 워싱턴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러트닉 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어 물밑 협의를 이어갔다.
최근에도 러트닉 장관과 화상 회의를 갖고 한미 간 기존 관세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따로 만나대(對)한국 관세 인상을 철회 또는 보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우리측의 요청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관보 게재를 최대한 막고, 관보 게재가 되더라도 관세 인상 시점을 1개월 혹은 그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구성 합의
與 "美 관세압박 뉴노멀…대미투자특별법으로 불확실성 해소"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삼은 입법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지난 4일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한미 무역 합의와 관련해 대미투자특별법 총 6건이 계류돼 있다. 일정대로라면 대미투자특별법은 늦어도 다음 달 초 특위 의결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최대한 앞당겨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합의문에) 특위 구성 1개월 이내인 3월 초까지 법안을 처리하도록 명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며 "관세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제거해 우리 기업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특별법 처리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임기 내내 반복되는 뉴노멀이 될 수 있는 만큼 대미투자특별법 등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힘쓰도록 하겠다"며 "국익이라는 최우선 가치아래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천준호 원내수석도 "한미 관세 협상을 뒷받침할 입법 절차가 3월 초까지 완비될 예정"이라며 "관세 협상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똘똘 뭉쳐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임기 내내 관세 불확실성 반복 우려
한국 국회가 이번에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 시킨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도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 일방적인 관세 위협은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갑자기 관세를 다시 올리는 방식의 협상이 지속된다면, 한미 간 맺은 양해각서(MOU)나 조인트 팩트시트가 앞으로도 지켜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호 존중과 양해 속에 만들어진 양해각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해당 국가의 절차를 미국이 존중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이런 방식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는 "내가 펜만 한번 놀리면 수십억 달러(수조원)가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사실 그간 너무 친절했다"며 미국이 각국에 물리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압박한 배경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조만간 상호관세의 적법성에 대해 판단할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상호관세 부과의 법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을 통해 성과를 서둘러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관세 위협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향후 대미 투자 집행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갈등 가능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상시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만큼, 한국 역시 이를 단기 변수로만 보지 말고 구조적 리스크로 전제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협상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와 수출시장 재편 등 중장기 대응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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