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픽]와튼스쿨이 내린 결론… 기업가치 숨은 변수는 법적 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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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픽]와튼스쿨이 내린 결론… 기업가치 숨은 변수는 법적 안정성

뉴스로드 2026-02-05 12:10:17 신고

3줄요약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은 4일(현지시간) 연구를 통해 델라웨어가 왜 회사법 중심지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그 법적 안정성이 투자자 수익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델라웨어의 경쟁력은 세제 혜택보다 제도적 인프라에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기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델라웨어 형평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 수십 년간 축적된 일관된 판례 체계, 그리고 사법 판단의 높은 예측 가능성이 투자자 신뢰를 만들어낸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와튼스쿨 연구진이 주목한 대목은 하나였다. “사법제도의 정치적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 시장은 이를 곧바로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Adams v. Carney 사건으로 델라웨어 사법부 구성의 정치적 균형 요건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을 때, 델라웨어에 법인을 둔 기업들의 주가는 사건일 전후로 평균 0.3~0.6%포인트의 비정상수익률(Abnormal Return)을 보였다. 반대로 해당 균형이 제도적으로 복원된 국면에서는 0.3~1.1%포인트의 초과수익률이 관측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통해 법적 안정성이 단순한 제도적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과 자본비용을 실제로 움직이는 경제 변수임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에 위치한 델라웨어 형평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 기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법원과 일관된 판례 체계는 델라웨어를 미국 기업법의 중심지로 만든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사진=와튼스쿨]​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에 위치한 델라웨어 형평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 기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법원과 일관된 판례 체계는 델라웨어를 미국 기업법의 중심지로 만든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사진=와튼스쿨]​

▲K-기업, 법적 안정성이 자본비용

이제 이 연구의 시사점은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와 가치평가 현실로 직결된다. 한국 기업들이 델라웨어식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제도적 과제는 무엇인가 △법적 불확실성은 기업의 현금흐름 전망과 위험 프리미엄을 통해 실제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가 △지배구조 분쟁과 판례 변동성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 배수(EV/EBITDA, PER)를 하향 조정시킨 구체적 사례들은 무엇인가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질문처럼 보이지만, 재무모형 안에서 이 세 가지는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수렴한다. 사 리스크는 소송 가능성과 계약 불확실성을 높여 회계상 우발부채(contingent liabilities)의 발생 확률과 규모를 키우고, 이는 미래 현금흐름의 분산을 확대시킨다. 현금흐름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게 되고, 그 요구는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 형태로 자본비용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자기자본비용(Re)과 타인자본비용(Rd)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업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밀려 올라간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동일한 이익과 현금흐름이라도 현재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법 불확실성은 회계장부의 숫자 밖에서 출발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가치평가 공식의 핵심 변수인 할인율을 통해 기업가치를 직접 잠식하는 구조로 귀결된다.

한국 기업이 당장 손대야 할 1순위 과제는 추상적인 지배구조 구호가 아니다. 핵심은 기업 분쟁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다. 자본시장에서 법적 안정성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의 문제다. 분쟁 해결이 지연되고 결과 예측이 어려울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그 요구는 곧 할인율 상승으로 전환된다.

우선 필요한 것은 상사(기업) 사건 전담 재판의 전문성·속도·일관성 강화다. 델라웨어가 미국 기업법의 중심이 된 이유는 단순히 세제가 유리해서가 아니라, 기업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형평법원(Chancery Court)과 장기간 축적된 판례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판결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소송 관련 우발부채(contingent liabilities)를 보다 정확히 추정할 수 있고, 이는 미래 현금흐름의 변동성을 줄여 자본비용 하락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판례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해석 일관성 확보다. 한국에서는 회사관계소송의 절차 규율을 둘러싸고 법리 해석이 갈려 전원합의체까지 올라가 정리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예컨대 주주총회결의 무효·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여러 주주가 함께 소를 제기할 때 이를 ‘필수적 공동소송’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소송 전략과 기간, 비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쟁점이었다. 이러한 해석 혼선이 정리되는 과정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법률 비용 증가, 경영 의사결정 지연, 투자계획 불확실성 확대라는 형태로 전가된다. 재무적으로 보면 이는 곧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 → 위험 프리미엄 상승 → WACC 상향 조정의 경로로 연결된다.

셋째는 투자계약 조항과 주주평등 원칙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국내 상장사와 비상장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전동의권·우선매수권·보장조항 등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계약 문구는 복잡해지고 협상 기간은 길어진다. 딜 클로징이 지연되면 자금조달 타이밍이 불확실해지고, 이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용(Re)과 타인자본비용(Rd)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결국 계약 불확실성은 법률 문제가 아니라 자본비용 상승 요인으로 귀결된다.

여의도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사법 리스크=WACC 상승

와튼스쿨 연구진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은 명확하다. 법제도의 가치는 선의(善意)가 아니라 가격(Price)으로 검증된다. 분쟁 해결이 빠르고 판결이 예측 가능할수록 투자자는 낮은 요구수익률을 수용하고, 그 결과 할인율이 하락해 기업의 현재가치가 상승한다. 반대로 규칙이 모호하고 절차가 지연될수록 우발부채 가능성은 커지고, 이는 곧 기업가치 평가에서 구조적인 디스카운트로 전환된다. 법적 안정성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재무제표와 가치평가 모형 속에서 직접 계산되는 경제 변수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할인율의 출발점은 한 줄의 공식이다. WACC = (E/V)·Re + (D/V)·Rd·(1−T) 문제는 사법 리스크가 이 공식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침투하느냐다. 현장에서는 대체로 두 갈래 경로를 통해 반영된다. 자기자본비용(Re)과 타인자본비용(Rd)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다.

우선 자기자본비용 경로다. 기본적인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Re = Rf + β·ERP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 공식만으로 기업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배구조 분쟁, 규제 불확실성, 소송 리스크가 커질수록 투자자는 단순한 시장위험(β) 외에 추가 보상을 요구한다. 실무에서는 이를 기업특정 프리미엄(company-specific premium)이나 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 형태로 가산한다. M&A 가치평가나 공정가치 산정 과정에서도 CAPM 값 위에 별도의 위험조정을 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현실의 자기자본비용 공식은 다음과 같이 변형된다.

Re = Rf + β·ERP + (광의의 법·거버넌스 리스크 프리미엄) 이 추가 프리미엄이 커질수록 요구수익률은 상승하고, 할인율이 높아진 만큼 기업가치는 기계적으로 낮아진다. 법적 불확실성이 곧 자기자본비용의 상승 요인이 되는 셈이다. 

둘째는 타인자본비용 경로다. 겉으로 보면 소송 리스크는 당장 현금 유출을 일으키지 않는데도 왜 차입비용이 오르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법적 불확실성을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와 꼬리위험(tail risk) 증가로 인식한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투자 집행과 M&A가 지연되고, 우발부채 인식 가능성이 커지며, 경영진은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택하게 된다.

이 모든 요인은 신용위험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와 차입금리 인상으로 나타난다. 중앙은행과 신용평가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현금흐름 악화 가능성 증가 → 신용등급 하향 압력 → 스프레드 확대”는 전형적인 전이 경로다.

정리하면 구조는 명확하다. 사법 리스크는 자기자본비용(Re)을 끌어올리고 동시에 타인자본비용(Rd)도 밀어 올린다. ”두 값이 모두 상승하는 순간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불가피하게 위로 이동한다. 그리고 할인율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가치는 아래로 조정된다. 법적 안정성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가치평가 공식 안에서 직접 계산되는 재무 변수다.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지배구조 분쟁은 기업가치의 구조적 디스카운트

한국 자본시장에서 지배구조 이슈는 양면성을 지닌다. 단기적으로는 경영권 프리미엄 기대가 반영돼 일시적인 주가 상승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되는 순간 시장의 평가 방식은 달라진다. 불확실성이 누적될수록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이는 곧 할인율 상승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국면이다. 당시 시장의 논점은 단순한 합병비율 산정에 그치지 않았다. 두 회사의 사업가치뿐 아니라, 합병 이후 형성될 그룹 지배구조의 위치와 이에 따른 가치 평가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합병 과정에서 주주 간 이견과 법적 분쟁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위험 요소로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주가 변동은 단순한 실적 전망의 변화가 아니라, 지배권 가치와 사 리스크가 결합된 결과였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요구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는 사실상의 가치 할인 압력으로 작동했다.

또 다른 사례는 투자계약 조항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다. 대법원은 2023년 7월 13일 선고한 판결(대법원 2021다293213)에서, 사전동의권·보장조항 등 특정 계약 조건이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그 예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례는 단순한 법리 해석을 넘어 재무적 의미를 지닌다. 계약 조항의 유효성이 불명확할수록 딜 협상 기간은 길어지고, 소송 가능성은 커지며, 투자자는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반대로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계약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자본비용이 안정화된다. 와튼스쿨 연구의 논리로 보면, 판례의 명확성 자체가 할인율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절차적 불확실성이 기업 비용으로 전가된 사례도 있다. 2021년 7월 22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다284977)은 주주총회결의 무효·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공동소송 형태에 관한 법리를 정리한 사건이다. 해당 쟁점에 대해 그 이전까지 실무 해석이 갈려 있었고, 전원합의체 판단을 통해 비로소 기준이 명확해졌다. 이러한 해석 혼선은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자금조달 일정 지연, M&A 클로징 리스크, IR 신뢰도 하락 등 재무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금흐름 변동성 확대와 위험 프리미엄 상승, 나아가 WACC 상향이라는 재무 경로로 연결된다.

이들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배구조 분쟁과 법적 불확실성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가치 평가의 구조적 변수다. 소송이 길어지고 결과 예측이 어려워질수록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변하고, 그 보수성은 숫자로 환산된 요구수익률로 나타난다. CFO의 시각에서 보면 법적 안정성은 단순한 법무 이슈가 아니라 자본비용 관리 이슈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예측 가능성이 곧 시가총액의 가격표

이들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지배구조 분쟁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가치 평가의 구조적 변수다. 소송이 길어지고 결과 예측이 어려워질수록 투자자는 보수적으로 변하고, 그 보수성은 숫자로 환산된 요구수익률로 나타난다. CFO의 시각에서 보면 법적 안정성은 법무 이슈가 아니라 자본비용 관리 이슈다.

와튼스쿨 분석이 던지는 메시지는 법적 안정성은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요구수익률의 문제라는 것이다. 델라웨어는 일관된 판례와 전문 법원을 통해 그 사실을 수십 년간 증명해 왔다.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할인율은 낮아지고, 그만큼 기업가치는 올라간다.

한국 기업이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다. ‘좋은 지배구조’라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결론이 도출되는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이다. 판례가 명확해지고 절차가 안정될수록 위험 프리미엄은 축소되고, WACC는 하향 조정된다. 결국 예측 가능성은 곧 가격표다. 그 가격표가 낮아질 때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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