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팔수록 적자’에 구조조정 압박…ESS로 버티는 K-배터리 3社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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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팔수록 적자’에 구조조정 압박…ESS로 버티는 K-배터리 3社의 갈림길

뉴스락 2026-02-05 11:07:38 신고

3줄요약

[뉴스락] 정부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해당 발언은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경영진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와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배터리 산업의 체력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각 사의 사업 전략과 시장 메시지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배터리 3사의 현재 위치와 선택지는 산업 전반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뉴스락>은 배터리 빅3의 실적 궤적과 정부 인식, 그리고 이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을 통해 K-배터리 산업의 현실과 향후 과제를 집중 조명한다.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왼쪽부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팔수록 적자 vs ESS로 반등"...K-배터리 3社, 실적 궤적 따라 '운명' 갈렸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겹치며 국내 배터리 산업이 구조적 변곡접에 들어섰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배터리 3사는 각기 다른 실적 궤적 속에서 생존 전략의 시험대에 올랐다.

<뉴스락>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3사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분석해보니 구조적 적자와 흑자 전환 사상 최대 실적과 급락의 사이클이 기업별로 뚜렷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 실적 그래프. [뉴스락 편집]
삼성SDI 실적 그래프. [뉴스락 편집]

삼성SDI는 구조적 적자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찍은 뒤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실적의 상승과 하강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2015~2016년 매출 4조~5조 원대에서 각각 2674억 원, 926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구조적 적자 국면에 놓였다. 이는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리콜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 초기 단계에서의 선행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특히 2016년 삼성전자의 노트7 전량 리콜로 소형전지 부문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며, 연간 9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개화 이전 대규모 설비 투자와 R&D 비용이 매출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고정비 부담이 실적을 압박했다.

다만 2017년 흑자 전환 이후 흐름은 달라졌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확대에 따라 자동차 전지 매출이 증가했고, ESS 부문에서도 국내외 전력·상업용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됐다. 2021년에는 매출 13조 원, 영업이익 1조 675억 원을 기록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의 정점은 2022년이다. 삼성SDI는 매출 20조 1240억 원, 영업이익 1조 808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프리미엄 배터리 ‘젠5’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제품 전략과 ESS 사업 확대가 맞물리며, 선별적 수주 전략이 글로벌 전기차 호황기와 시너지를 냈다.

그러나 이후 전기차 캐즘과 고금리 여파가 겹치며 실적은 급격히 꺾였다. 2024년 영업이익은 3633억 원으로 급감했고, 2025년에는 연간 영업손실 1조 7224억 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2025년 4분기 매출은 3조 8000억 원대로 축소되며 299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하락 국면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실적 그래프. [뉴스락 편집]
LG에너지솔루션-SK온 실적 그래프. [뉴스락 편집]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회복 신호를 가장 먼저 보여준 기업이다. 다만 실적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는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상장 직전인 2020년, GM 리콜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겹치며 4,7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단 1년 만에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매출 17조 8,519억 원, 영업이익 7,684억 원을 기록하며 화려한 흑자 전환을 알렸다. 이어 2022년에는 매출 25조 원 시대를 열며 영업이익 1조 2,137억 원으로 사상 첫 '조 단위' 이익을 달성,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주요 고객사인 GM, 폭스바겐, 테슬라향 출하량이 급증한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조기에 정착시킨 것이 실적 수직 상승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시적인 성장통을 이겨내고 규모의 경제를 완성한 시기"라고 평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매출 33조 7,454억 원, 영업이익 2조 1,632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전성기를 누렸다. 북미 시장의 폭발적 수요와 세액공제(AMPC) 혜택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러나 2024년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 쇼크를 피하지 못하고 영업이익이 5,753억 원으로 급감하며 한 차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반전은 신속한 포트폴리오 전환에서 왔다. 2025년 들어 가동률이 떨어진 유럽과 북미의 전기차(EV)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 용으로 과감히 전환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 2025년 연간 매출은 23조 6,718억 원으로 소폭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은 1조 3,461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조 단위 이익 체력을 회복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기차에만 목매지 않는 유연한 생산 전략이 만들어낸 값진 반등"으로 평가한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외형 성장세가 가장 독보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타겟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기업이다. 폭발적인 매출 증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적자'의 고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매출 14배 폭증에도 영업손실 1조 원대 고착 SK온은 출범 첫해인 2021년 매출 1조 635억 원, 영업손실 3,102억 원으로 시작해, 2024년 매출 14조 347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을 14배나 키웠다. 하지만 같은 해 영업손실 1조 1,270억 원을 내며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25년 4분기 역시 영업손실 4,41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러닝 커브(숙련도)' 확보 지연과 고정비 부담 이 같은 실적 부진의 핵심은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따른 '러닝 커브의 저주'로 풀이된다.

미국과 헝가리 등 글로벌 생산 거점을 단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구축하면서, 초기 공정 안정화와 수율(정상품 비율) 확보에 예상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다.

수율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까지 겹치자, 가동률 저하에 따른 천문학적인 고정비와 이자 비용이 실적을 짓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블루오벌SK 재편과 5조 원대 순손실 충격 특히 2025년 연간 당기순손실이 5조 4,061억 원에 달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포드와의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약 4조 2,000억 원 규모의 자산 손상 인식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자산 재배치라는 강수를 뒀지만, 수조 원대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압박하는 '자발적 재편'의 실질적인 대상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EV 캐즘에 ESS로 방향 틀다...배터리 3社, 생존 축 이동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침체와 실적 부진 속에서 에너지지장장치(ESS)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가운데, 이들은 ESS용 배터리 생산과 수주 확대를 통해 매출·수익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용 고니켈 배터리에 치우쳤던 포트폴리오에서 벗아나 가격 경쟁과 안정성이 강점인 ESS용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인 삼성SDI의 'SBB'(삼성 배터리 박스). 사진=삼성SDI [뉴스락]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인 삼성SDI의 'SBB'(삼성 배터리 박스). 사진=삼성SDI [뉴스락]

삼성SDI는 북미 전력망·데이터센터 등 대형 ESS 시장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삼고, LFP 기반 ESS 배터리 수주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용 고니켈 배터리에 치우쳤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강점인 ESS용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자회사인 미국 미시간주 소재 삼성SDI를 통해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업체와 2027년부터 3년간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북미 전력망 안정화와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ESS 수요 확대를 선제적으로 겨냥한 수주로, 중장기 고정 물량을 확보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락]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락]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시장을 실적 방어의 핵심 축으로 삼고, 미국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률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ESS 물량을 통해 공장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보완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등을 중심으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북미를 중심으로 ESS 수주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ESS 수주 확대가 매출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전기차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회사 역시 ESS 사업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ESS 생산 확대를 통해 올해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외하더라도 의미 있는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ESS 사업이 단기 실적 개선의 핵심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뉴스락]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뉴스락]

SK온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 속에서 ESS 사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ESS 전환이 단기간 내 실적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SK온은 최근 미국과 유럽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전기차(EV) 배터리 라인의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으며, 중저가형 ESS 시장을 겨냥한 LFP 배터리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전기차 수요 회복 전까지 가동률 하락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ESS 사업이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익 기여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SK온의 ESS 관련 수주 규모는 경쟁사 대비 제한적인 수준이며, 글로벌 생산 거점의 초기 투자비와 낮은 수율 문제가 여전히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ESS 전환 자체는 방향성이 맞지만, 수익성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도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ESS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하되, ESS를 포함한 비EV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고정비 부담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될 경우, ESS 전환 속도와 수익성 개선 여부가 향후 생존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언급은 아직 이르다"...현장과 괴리된 정부 인식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일제히 ESS 시장에 뛰어들며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쓰고 있지만 실적의 변곡점이 뚜렷해지자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지난 1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배터리 3사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시장 환경과 생산량을 감안할 때 국내 배터리 3사 체제가 유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이례적인 압박 수위를 보였다.

이 발언은 지난 12월 말 약 28조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이 줄취소되고, 공장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업계의 위기감이 수치로 증명된 직후에 나왔다.

정부가 공급 과잉으로 고전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선제적인 '사업 재편'이나 '투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산업부가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기업 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삼성SDI와 5조 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SK온의 성적표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실효적인 명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가동률 하락과 대규모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의 강제적 구조조정 압박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2026년은 K-배터리가 '제2의 석유화학'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어내고 생존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가혹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언급이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다소 성급한 판단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가동률 하락과 실적 악화만을 근거로 석유화학식 구조조정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배터리 산업이 처한 국면과 산업적 성격을 오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기차 캐즘이라는 일시적 수요 공백과 금리·정책 변수로 실적이 급락한 상황을 구조적 경쟁력 상실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평가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콘텐츠학과 교수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지원보다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K-배터리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중국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단기 실적으로만 평가받게 되면, 중장기 기술 투자와 전략 전환의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ESS와 데이터센터, 로봇 등 차세대 수요를 겨냥한 사업 재편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책 메시지가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배터리 산업을 석유화학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인식 오류라고 진단했다. 그는 "석유화학은 구조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지는 산업'이지만, 이차전지는 여전히 글로벌 패권 경쟁이 진행 중인 첨단전략산업"이라며 "주무 부처가 기간산업에 적용하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산업 특수성을 무시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섣부른 구조조정 논의는 산업 전반의 회복 가능성을 앞당겨 차단하는 '테이블 데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 발언 시점 이전부터 배터리 3사가 일제히 ESS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문제 삼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정부 메시지는 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따른 현금성 지원 요구에 대한 부처의 책임 회피성 대응에 가깝다"며 "실질적인 산업 육성 전략이나 액션 플랜 없이 구조조정 프레임만 던진 것은 현장의 방향성과 괴리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ESS나 로봇용 배터리가 단기적 해법이 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도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적자 국면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칼날'이 아니라 '버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조조정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기술 주도권 확보와 원가 경쟁력 개선, 정책 일관성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메시지 하나가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에게는 산업의 방향성으로 읽힐 수 있다"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 성급한 구조조정 발언은 산업 전체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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