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레저] 런웨이에 선 신중년…잃어버린 나를 찾는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컬처&레저] 런웨이에 선 신중년…잃어버린 나를 찾는다

연합뉴스 2026-02-05 10:50:18 신고

3줄요약

시니어모델, 그들의 세계를 엿보다

시청공무원에서 택시 드라이버로, 모델로 '변신'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자, 나가세요. 워킹이 너무 빨라요"

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 학동로의 한 건물 지하 1층.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형 유리가 벽면을 장식한 런웨이(Runway.모델이 걷는 좁고 길게 뻗은 무대)가 펼쳐진다.

이른바 '신중년'(新中年)들의 워킹(walking) 열기가 후끈하다.

시니어모델협회 양완수 이사장(오른쪽)과 회원 김기성(가운데) 박홍진 씨 [사진/이동경 기자]

시니어모델협회 양완수 이사장(오른쪽)과 회원 김기성(가운데) 박홍진 씨 [사진/이동경 기자]

마이크를 든 현직 모델 겸 지도교수가 어머니 또는 삼촌뻘 되는 회원들의 굼뜬 턴(turn) 동작을 신중히 나무란다.

시니어모델협회 사회적협동조합(SMA) 서울 본부다.

2017년 한국예술총연합회 평생교육원에서 발족한 시니어모델협의회가 모체다.

SMA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2021년 7월 조합원이 주인인 비영리단체로 거듭났다.

40대부터 80대까지 1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회원들 면면은 주부를 포함해 현직 교수, 전직 의사, 교감 선생님, 어린이집 원장, 정육점 주인 등 각양각색이다.

주축 연령대는 50∼60대고, 여성의 비중이 90%대다.

시니어모델협회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워킹 연습을 하는 회원들 [사진/이동경 기자]

시니어모델협회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워킹 연습을 하는 회원들 [사진/이동경 기자]

양완수(65) 이사장과 안명숙(62) 교육팀장, 김유주(43) 지도교수가 인터뷰에 응했다.

양 이사장은 공무원에서 택시 드라이버로, 시니어 모델로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다.

그는 서울시청 택시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때 "현장 사정을 모른다"는 택시 기사들의 원성을 참다못해 택시 면허를 따고 재직기간 매월 1차례, 3년간 택시를 몰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었다.

그러한 경험이 2018년 퇴직 후 '제2의 생업'으로 이어졌다.

위례 신도시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운행 중에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눈길이 꽂힌 손님으로부터 "모델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듣는다.

고민하다가 손님이 건네준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이 SMA였다.

손님은 당시 SMA 회장이었고, 당시 '양 기사'는 길거리 캐스팅됐다.

2019년 8월부터 SMA에 발을 들여 활동하다가 작년 9월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SMA를 이끌면서 지금도 주 3일 이상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기사님 헤어스타일이 왜 그래요?", "와, 멋있어요"

택시를 운행할 때 손님들의 짓궂은(?) 질문에 자주 맞닥뜨리지만, 무덤덤하게 받아넘긴다.

그러면서 퇴직을 앞둔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제2의 삶'에 대한 강의도 한다.

양 이사장은 "모델 일은 바른 자세와 바른 걸음을 배우고,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양완수 시니어모델협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이동경 기자]

양완수 시니어모델협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이동경 기자]

처음 시니어모델의 문을 두드리는 회원들에게는 벽에 기대 몸을 꼿꼿하게 세우는 연습부터 시킨다.

척추를 곧추세워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1자'로 만드는 훈련을 한다.

런웨이를 화려하게 걷는 일은 베이식, 그레이스, 마스터 과정 등 기초부터 숙련 단계를 수개월간 거친 뒤에나 능숙해진다.

의대 교수를 하면서 시니어 모델을 하다가 퇴직한 뒤 본격적으로 모델 지도 수업을 하는 이성근(66)씨는 "바른 자세와 걸음걸이를 연습하면서 굽은 허리나 목이 교정된 회원들도 많다"고 했다.

안 팀장은 단골 미장원 원장의 권유로 이곳에 발을 디딘 후 5년째 시니어 모델을 하고 있다.

엄마의 독특한 여가생활을 자랑스러워하는 두 아들은 동영상을 보고 워킹에 대해 조언도 한다.

안 팀장은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고,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찾는 주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키나 외모 등 이른바 '모델'이 되기 위한 통념적인 조건은 일절 없다고 안 팀장은 말한다.

하고자 하는 마음과 바르게 걷기 위한 준비만 돼 있다면 모두에게 문은 열려있다.

중소상공인 기살리기 패션쇼에 나선 시니어모델협회 회원들 [시니어모델협회 제공]

중소상공인 기살리기 패션쇼에 나선 시니어모델협회 회원들 [시니어모델협회 제공]

SMA는 지난 9년간 1천500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패션쇼를 비롯해 2024년 경기도자비엔날레 한복 패션쇼, 2025년 중소상공인 기 살리기 패션쇼 등 30회의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앞으로 노인복지관을 찾아가거나 병원 환자들을 위문하는 등 사회적협동조합의 가치에 맞는 행사를 더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모델 일을 하면서 회원들을 4년째 지도하는 김 교수는 "운동 삼아서 했는데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하는 분, 신체 균형감이 좋아지면서 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분들을 자주 본다"고 했다.

그는 자기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의 신중년들에게 "남은 인생, 제2의 청춘을 위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했다.

2025년 송년 패션쇼가 끝난 뒤 단체촬영을 하는 시니어모델협회 회원들 [시니어모델협회 제공]

2025년 송년 패션쇼가 끝난 뒤 단체촬영을 하는 시니어모델협회 회원들 [시니어모델협회 제공]

hopem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