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0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도 백화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5년이 지난 현재, 예상은 맞을까? 틀렸다. "다만 '백화점(百貨店)'이라는 이름의 정의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도심 속 리조트이자, 초고가 예술관, 혹은 쉼 없는 콘텐츠의 무대다. 이에 본지는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빅4의 혁신과 진화 현장을 통해 오프라인 리테일이 도달할 '더 넥스트(The Next)'의 본질을 탐구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 신세계백화점
"전국 모든 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있는 곳에선 무조건 1등이어야 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른바 '지역 1번점' 전략은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승리 공식이 됐다. 신세계는 양적 팽창 대신 '압도적 규모'와 '하이엔드 큐레이션'을 통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초격차의 성을 쌓아 올리고 있다.
◆'1조 클럽' 최다 보유…강남점 '4조 시대' 정조준
신세계의 '지역 1번점' 철학은 숫자로 증명된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중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1조 클럽' 점포 13개 가운데 신세계는 가장 많은 5개 점포(강남, 센텀시티, 대구, 본점, Art & Science)를 목록에 올렸다.
특히 대전 신세계 Art & Science의 쾌거가 돋보인다. 2024년 9710억원으로 아쉽게 1조 문턱에서 멈췄던 대전점이 지난해 7.2% 성장하며 신세계의 5번째 '1조 클럽' 점포가 됐다. 이로써 신세계는 빅3 중 1조 점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등극하며 '지역 맹주'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신세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는 입지 상권 규모와 교통 환경 등을 철저히 분석해 '리딩 스토어(Leading Store)'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초기 진입장벽을 높이고, 일단 입성하면 해당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어 소비자를 독점하는 방식이다.
신세계의 심장부인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 3조6717억원을 기록하며 9년 연속 전국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주목할 점은 '3조 클럽' 내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점은 지난해 10.4%라는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또 다른 3조 클럽인 롯데 잠실점(8%)의 성장세를 상회하는 수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전경. ⓒ 신세계백화점
성장의 동력은 공간의 질적 혁신이다. 신세계는 강남점에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하이엔드 식음·문화 공간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잇달 선보이며 백화점을 '라이프스타일의 종점'으로 진화시켰다.
지난해 2월 '신세계 마켓'에 이어 8월에는 12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델리 전문관'을 오픈하며, 총 6000평에 달하는 대한민국 초격차 식품관을 완성했다. 미쉐린 셰프들과 협업한 '서연', '구오 만두'를 비롯해 일본 오니기리 '교토 오니마루' 등 글로벌 맛집을 총망라한 이곳은 단순한 백화점 식품관을 넘어 '글로벌 미식 데스티네이션'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등 롯데 턱밑까지 추격…'아트 리테일'의 진화
실적 데이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압도적인 점당 효율을 바탕으로 한 롯데와의 점유율 격차 축소다. 신세계는 지난해 13개 점포에서 총 13조34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5.7% 신장했다. 이는 빅3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2025년 신세계백화점 점포별 실적. ⓒ 프라임경제
이로써 신세계의 시장 점유율은 33%를 기록, 1위 롯데(35.2%)와의 격차를 단 2.2%포인트(p) 차이로 좁혔다. 31개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를 단 13개 점포만으로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국 순위에서 신세계 본점이 7위에서 10위로 밀려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명동 상권의 변화와 더현대 서울 등 경쟁 점포의 약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본점의 경우 본관(리저브) 전면 리뉴얼로 인한 영업공백 영향이 크다"며 "이제 마무리 단계에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이를 '공간의 가치'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본점 외벽의 '신세계스퀘어'는 명동을 글로벌 관광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켰고, 수억원대 미술품 배치 등 '아트 리테일'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충청권에서 예술, 문화, 쇼핑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며 한단계 높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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