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미·중 관계 전반과 대만 문제, 무역·에너지 협력,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약 두 달 만의 정상 간 직접 소통이다.
이번 통화 직후 미국과 중국은 모두 관계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대만·에너지·지정학 현안을 둘러싼 근본적 입장 차는 그대로 유지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통화를 갈등 해소가 아닌 ‘충돌 관리’ 국면의 재확인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무역·에너지 성과 전면에…“중국의 미국산 구매” 직접 공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시 주석과 길고 상세한 통화를 했다”며 논의 내용을 직접 공개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무역, 군사 문제, 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정세, 중국의 미국산 석유·가스 및 농산물 구매, 항공기 엔진 공급, 오는 4월로 기대하는 중국 방문 일정까지 폭넓은 의제를 다뤗다.
외신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거래 가능한 경제 의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미국 내 산업계와 유권자에게 직접 각인시키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통화 내용을 먼저 공개한 것은 미·중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대만은 가장 민감한 문제”…무기 판매 중단 요구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중국 측 발표에 대해 “시 주석이 대만 문제를 협상의 대상이 아닌 명확한 레드라인으로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은 이번 통화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미·중 관계 안정 논의와 별개로 핵심 안보 사안에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의 우려를 “중시한다”고 답했지만, ‘미국의 대만 안보 지원 정책이 바뀌었다’는 신호는 없었다.
◇‘에너지 거래’ 공식 의제화…중국 수입 구조 조정 가능성
이번 통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의 미국산 석유·가스 구매가 공식 의제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 논의는 무역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계산이 반영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제재 대상 국가를 중심으로 에너지 수입선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이란 제재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역시 공급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산 에너지 도입이 미국에는 무역수지 개선과 대중 압박 수단이 되고, 중국에는 에너지 조달 다변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구매 확대 여부는 국제 유가 흐름과 제재 환경, 미·중 정치 일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농산물·중동·우크라이나…“갈등 유지, 충돌은 관리”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현 시즌 2천만 톤, 다음 시즌 2천500만 톤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반복돼 온 농산물 교환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통화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정세도 함께 논의됐다. AP는 “중국이 러시아·이란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해 미국의 군사적 개입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공통적으로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언급하며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중미 관계라는 큰 배를 함께 이끌고 안정적으로 전진하자”고 제안했다.
외신들은 이번 통화를 두고 미·중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정면 충돌 대신 비용을 관리하는 현실적 선택이 분명히 드러난 장면으로 평가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