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로보틱스 공동대표들 "지분욕심 내는 순간 패착...사제창업, 업계 자리잡길"[사제 공동창...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엔도로보틱스 공동대표들 "지분욕심 내는 순간 패착...사제창업, 업계 자리잡길"[사제 공동창...

이데일리 2026-02-05 08:11:03 신고

3줄요약
창업은 인생을 건 모험이다. 나 홀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지만, 리스크 헷징을 위해 역량을 보완해 줄 파트너와 공동창업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중 스승과 제자의 공동창업 사례는 전 산업군을 통틀어 유독 바이오산업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연구개발(R&D) 사이클이 길기 때문에 나온 솔루션이다. 평균적으로 연구에 10년~20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석·박사 과정이 끝난 후에도 연구를 지속하려 교수(스승)와 대학원생(제자)이 공동창업을 하는 구도다. 공통된 기술의 이해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벤처 창업의 성공가능성은 올라간다. 이데일리는 사제 공동창업 회사들의 코파운더 인터뷰를 통해 개별 기업의 면면을 들여다 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1962년생 홍대희 교수와 1985년생 제자 김병곤 대표가 공동창업한 엔도로보틱스는 내시경 수술로봇을 만드는 벤처회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로보페라의 글로벌 사업을 펼치기 위해 글로벌 O사와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지분투자를 받는 등 국내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9년 창업부터 6년 동안 빠른 성장을 이룬 회사의 배경에는 홍 교수와 김 대표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자율형'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스스로 나서서 일하고 보상받는 문화다. 이를 솔선수범 홍 교수와 김 대표가 실천하고 있다.

나이차이 23년 교수와 대학원생이라는 틀을 깨고 파트너로 거듭난 두 사람은 엔도로보틱스 지분율마저도 공평하게 가져갔다. 홍 교수 40%, 김 대표 40%, 그리고 기술에 기여한 고려대 의대 교수들 20%로 출발했다. 추후 상장을 위해 한 명의 지배력이 견고한 것이 필요해 의대 교수들 몫 중 일부를 홍 교수가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도 제자의 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

홍 교수는 "교원창업을 하면 대학원생과 같이 하는게 정말 필요하다. 그리고 더 이상 내 학생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교수가 지분 욕심을 내면 안된다. 학생이 대부분 일을 하고 교수는 학교에서 조금 도와주는 것이라면 지분을 학생이 더 많이 가져야한다. 지분만큼 책임을 더 지고 일에 더 나선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도로보틱스 공동창업자 홍대희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왼쪽)와 김병곤 대표(사진=임정요 기자)






◇2019년 창업...공동창업자 16년째 사제지간



최근 서울시 종로구 엔도로보틱스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홍 교수와 김 대표는 막역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교수님들은 학생의 생사여탈권을 쥔 분들"이라며 짐짓 진지하게 말하는 김 대표에게 "그런데 그렇게 반항하냐"며 농담하고 웃는 홍 교수였다.

홍 교수는 1998년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에 부임해 올해로 29년차를 맞았다. 졸업시킨 대학원생 수는 130명가량에 이른다. 김 대표와는 16년째 사제지간으로 김 대표가 학부 4학년 때 홍 교수의 계측공학 수업을 수강하며 처음 만났다. 이후 2010년 김 대표가 홍 교수의 연구실(랩)에 대학원생으로 들어왔다. 엔도로보틱스 창업은 김 대표가 졸업하던 2019년에 단행했다.

김 대표는 스스로 홍 교수의 최고 제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학부 때 들었던 교수님 수업, 학점 잘 못받았다. 절대 제가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은 아니었다"며 "다만 제가 농구동아리는 열심히 했고 그 동아리 학생들이 교수님 랩에 많았다. 수십명의 선배들이 교수님의 인품이 훌륭하시다고 추천해서 랩실에 지원해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남들보다 4년 늦게 학부 과정을 시작했다. 제 시기에 대입 과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한번 삐끗했더니 끝도 없이 추락하더라"며 "고 3때 수능은 잘 봤다. 그때도 원하던 공대에는 수월하게 들어갈 성적이었다. 다만 주변에서 약간의 욕심이 있었고 하필 그 다음 해 교육과정이 바뀌어 의대 학부가 사라지고 대학원으로 바뀌었다. 의대지망생들이 모두 공대로 오면서 몇 년이 밀렸다"고 돌아봤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며 넓은 시야를 얻은 것일까. 타고난 낙관적 성격일까. 김 대표는 스트레스 내구력과 자기성찰에 강했다. 34살에 창업한 회사가 누적 520억원가량을 투자받고 FDA로부터 승인받은 수술로봇의 해외 매출 확대를 꾀하는 사업개발 단계까지 왔음에도 겸손했다.

이는 홍 교수와 김 대표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았다. 홍 교수가 "헬렐레한 교수가 있다고 들어서 내 랩실에 온 건 아니냐"고 물으면 김 대표는 "십수년째 이런 교수님의 겸손함을 배우고 있다"며 너스레를 주고받았다. 한 명의 에고(ego)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었다.

홍 교수는 20여년간 고려대 소화기내과 의사들과 기계공학 측면에서 연구를 쌓아왔다. 그 중 한 주제를 김 대표가 맡아서 했고 그가 박사 졸업 주제로 고안한 내시경 수술로봇은 현업 의사들로부터 피드백도 좋았다. 시장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홍 교수는 "학술적인 연구와 실용적인 연구 중에 김 대표는 후자 쪽이었다"며 "김 대표가 졸업 주제로 만든 로봇이 상업화 가능성이 커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함께 창업하는 걸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시 산학장학생으로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입사가 예정됐지만 홍 교수의 제안을 승락할 정도로 상호간 신뢰가 두터웠다.



◇과감한 결정과 묵묵한 지지 시너지



홍 교수는 "젊은 사람의 판단력은 다르다. (저는)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김 대표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제가)김 대표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 대표는 "저는 애매한 문제는 항상 교수님께 여쭤본다. 교수님이 이건 아닌거 같다고 하면 바로 수긍한다"며 "절대 선을 넘지 않고 교수님 기준으로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 교수는 자신의 기준을 바꿔 김 대표의 의견에 따랐을 시 일이 잘 풀린다는 것이 몇 번 증명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자금의 문제다. 투자를 언제, 얼마나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김 대표가 의견을 내는 편이다.

기업가치(밸류)를 좀 양보하더라도 후일을 위해 한 보 물러서야한다는 결정 등도 이에 속한다. 아직 투자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간과 사람을 확보하는 등 과감한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탁 트인 사무공간을 구하는 것에도 그랬다. 엔도로보틱스의 분수령이 된 소화기 질환 위크(Digestive Disease Week 2024, DDW 2024) 행사에서도 그랬다.

김 대표는 "아직 돈도 안들어왔는데 일을 벌리는데도 교수님께서 눈 질끈 감고 같이 해주신다. 당시 DDW 2024 때 직원 수가 17명 되던 한국의 조그만 스타트업 주제에 4칸짜리 부스를 임대했다"며 "돈을 2억원 가까이 썼다. 회사에 잔여현금도 많이 없던 때였다. 하지만 1칸짜리 부스야말로 5000만원을 내다버리는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를 하고 나서 글로벌 의료진의 반응이 완전히 변했다"며 "스타 의사 한명을 만나려면 줄을 서야했던 것에서 역으로 이런 의사들 수십명이 엔도로보틱스에 먼저 컨택을 해오는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 때의 인연으로 엔도로보틱스의 수술로봇은 글로벌 유명 의사들의 라이브 수술에 시연되기 시작했다. 엔도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초 미국 올랜도에서 실제 환자 대상 라이브 임상을 진행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엔도로보틱스는 이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 국제 심포지엄에서도 라이브 임상을 예정하고 있다.

홍 교수는 "주위에 창업한 교수님들이 사업적으로 진도를 못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을 아끼려고 주저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치고 못나가는 분들 열에 아홉은 그렇다. 그런 면에서 (김 대표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형 기업문화 구축...기업가치 1525억원



홍 교수와 김 대표는 자율형 기업문화를 구축했다. 스승과 제자간에도 수평적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탑·다운 지시는 없다. 공통의 목표를 두고 논의(디스커션)을 해 스스로 동기부여된 상태에서 일하게끔 한다.

김 대표는 "엔도로보틱스 직원들은 매일 어디까지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근태를 체크하는게 회사에 손해"라며 "6시간 일하는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12시간 일하는 사람도 8시간만 일하게 만드는 효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은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상황에서 일을 할 때 능률이 가장 좋다. 피곤한 상태에서 누가 시켜서 하는 일과 퍼포먼스의 차원이 다르다"며 "근태를 위해 채찍질을 해야만 하는 환경은 좋은 환경이 아니다. (엔도로보틱스는) 모두 자율에 맡기고 그 자율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보낸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일할 것도 없는데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면 출근할 필요 없다. 이처럼 자유로울 때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채용과정에서 가장 살핀다"며 "자유로우면 나태해지는 사람, 무임승차하는 이라면 바로 내보낸다. 고용노동청에 벌금을 물어야한다면 물어주면 된다. 이런 일종의 빌런을 계속 회사에 품고 있으면 주변 사람의 퍼포먼스가 모두 떨어진다"고 말했다.

엔도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마무리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 325억원을 투자유치하는 과정에서 1200억원의 투자전 기업가치(프리밸류)를 인정받았다. 현재 기업가치는 1525억원에 이른다.

엔도로보틱스는 앞으로 현금을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 △대량생산공장 증축 △후속 제품 상용화 △신규 R&D를 통한 AI 적용 △타겟 질환 다양화를 이룰 계획이다. 엔도로보틱스는 늦어도 2029년 6월까지는 기술성평가를 마무리하고 주식상장(IPO·기업공개)에 도전한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