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권 최초로 만기 30년 ‘순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도입을 추진하며, 가계부채 구조를 장기·안정형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는 장기 고정금리를 선호하는 수요가 중산층 실수요자까지 확대될 수 있지만, 은행권은 수익성 저하와 장기 자금 조달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기류다. 당국이 혼합형 주담대와 유사한 금리 수준을 구상하는 가운데, 장기 채권 수요 등 시장 수용성이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30년 ‘순수 고정금리’ 도입…고금리 국면의 구조적 해법 될까
금융당국은 만기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연내 도입하고, 관련 방안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한다.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민간 금융권에서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권 고정금리 주담대는 대부분 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이나, 일정 주기마다 금리가 재산정되는 주기형에 머물러 왔다.
국내 주담대는 여전히 금리 변동 리스크에 상당 부분 노출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담대 잔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65.6%, 변동금리는 34.4%다. 겉으로는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상당수가 혼합형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장기 고정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으로 차주 부담은 빠르게 커졌다. 지난달 30일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5~6.39% 수준이다. 금리 변동 가능성을 안고 가야 하는 구조에서 차주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30년 순수 고정금리 상품이 안착할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 전이를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차주는 장기적인 원리금 상환 계획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금리 인상기에도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금리 인하기 온도차…차주는 ‘고정’, 은행은 ‘신중’
금리 인하기에는 기존 저가주택·저소득층 중심의 정책모기지를 넘어, 중산층 실수요자까지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하락과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
주담대는 통상 3년 이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돼, 차주가 더 유리한 금리 조건이 형성되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은 장기 고정금리 리스크를 떠안은 채 조기 상환이라는 변수에 노출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대출 갈아타기가 생각만큼 활발하지는 않다”면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리파이낸싱이 급격히 활성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고정금리 주담대에 대한 실수요는 충분히 형성될 수 있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은행이 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급할지는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리 책정’이 성패 좌우…은행권 “시장 수용성부터 봐야”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금리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기존 5년 고정 혼합형 상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구상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현실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30년 고정금리 주담대는 장기 금융채 발행 등을 통해 만기를 매칭하며 금리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 채권은 금리 수준에 따라 투자자 수요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처럼 시중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30년물 장기 채권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제시해야 수요가 형성되지만, 금리 인하기에는 투자자들이 장기간 자금을 묶는 데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안정적으로 취급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동안 은행권은 30년 만기 장기채 발행이나 장기 고정금리 리스크를 흡수할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 도입과 함께 장기 채권 시장 활성화, 유동성 지원 장치 등 제도 정비가 병행되지 않으면 공급 확대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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