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공기는 단순한 계파 갈등을 넘어선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흐름은 ‘친명 대 친문’이라는 익숙한 구도가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국 사면 논의, 유시민의 공개 발언, 이해찬의 이름을 소환하는 화법까지 일련의 장면들은 개별 사건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 이후의 권력 구도를 다시 설정하려는 움직임이다.
▲ 사진=유시민 작가 페이스북 내외신문
출발점은 조국 사면 문제였다. 사면은 본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번 사면 논의는 단순한 사법적 회복이나 정치적 화해 차원을 넘어섰다.
일부 매체와 정치권 인사들은 사면을 ‘명예 회복’의 문제로 끌어올렸고, 불과 며칠 사이 조국을 차기 정치 일정의 한 축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사면에서 대권 담론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자연스럽기보다 의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조국은 피해자이자 상징으로 동시에 활용된다. 정치적 탄압의 아이콘, 검찰 개혁의 희생자라는 서사는 친문 세력이 다시 결집하는 데 매우 유효한 서사 자산이다. 문제는 이 서사가 이재명 정부의 성과와 방향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조국을 전면에 세우는 순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서사는 자동으로 배경으로 밀려난다.
유시민의 등장은 이 구도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그는 단순한 논평가가 아니다. 그의 말 한마디는 특정 정치 세력에게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다른 세력에게는 경계 신호로 작동한다.
유시민은 조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합당 국면에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이해찬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친문 정통성의 계보를 호출했다. “이해찬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화법은 의견 제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노선을 정답처럼 제시하는 효과를 낳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발언들이 우발적이거나 개인적 판단의 결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연구원장을 포함한 당내 주요 기구의 인적 구성 역시 이 흐름과 맞물린다. 양정철 라인, 문재인 정부 시절 핵심 참모 그룹과의 연결 고리는 친문 세력이 여전히 당내 주요 통로를 일정 부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시민의 등장은 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기능한다. 그가 등장함으로써 흩어져 있던 친문 정치의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진다.
이 모든 움직임의 종착지는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을 ‘유일한 적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다. 겉으로는 다양성과 토론, 내부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차기 정권 재창출의 주도권을 다시 쥐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이재명 체제가 성공할수록 친문 세력의 정치적 복귀 가능성은 줄어든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의 동력이 흔들릴수록, 대안 담론을 들고 나설 공간은 넓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의 에너지와 국민적 기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행정과 생활 정치의 성과를 묻는 자리다. 그러나 내부 권력 투쟁이 전면에 부각될수록, 선거는 정부 평가가 아니라 계파 경쟁의 무대로 변질된다. 이는 결국 여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치에서 ‘판을 깐다’는 말은 우연이 아닌 준비와 설계를 뜻한다. 조국 사면 논의, 유시민의 발언, 이해찬의 이름을 통한 정통성 소환, 친문 인맥의 재배치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분절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연쇄다.
이 판의 목적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 이후를 상정한 권력 재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자 구도를 흔드는 것이다.
이 흐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친명 대 친문의 갈등은 감정 싸움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의 문제라는 점이다.
유권자와 당원들은 이 판의 구조를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무엇이 국정을 위한 비판이고, 무엇이 권력을 위한 흔들기인지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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