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휴민트’ 약은 약사에게 액션 영화는 류승완에게(ft.박정민 인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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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휴민트’ 약은 약사에게 액션 영화는 류승완에게(ft.박정민 인생작)

스포츠동아 2026-02-05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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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약사에게, 대한민국 액션 영화는 류승완에게!”

류승완 감독이 신작 ‘휴민트’로 ‘충무로 액션 거장’의 품격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11일 개봉하는 ‘휴민트’는 거대한 자본과 화려한 캐스팅이라는 외형을 넘어, 서사와 액션의 균형을 끝까지 밀어붙인 수작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각자의 정보원과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남북 요원들의 선택을 교차시키며, 119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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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보적인 박정민, ‘액션 스타’와 ‘멜로 장인’ 두 마리 토끼

단언컨대 ‘휴민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박정민이다. 전작 ‘밀수’에서 조인성의 ‘미학적 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류승완의 카메라는, 이번에는 작정이라도 한 듯 박정민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그 결과, 이전 작품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남자 박정민’의 매력이 최대치로 끄집어 올려진다. 어둠을 뚫고 실루엣만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영화는 박정민의 ‘가장 멋진 순간’을 기록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극 중 박정민이 연기한 보위성 조장 박건은 북한 여성 실종 사건의 진상을 쫓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당도한 냉철한 사냥개다. 그러나 차가운 임무 수행 도중, 과거 연인이었으나 이제는 남한 정보원이 된 채선화(신세경)와 재회하며 그의 견고한 세계는 처참하게 균열한다.

이 지점에서 박정민의 ‘진짜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앞서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에서 가수 화사와 선보인 짧은 멜로 무드만으로도 대중의 ‘멜로 갈구’를 폭발시켰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스크린 가득 농도 짙은 순애보를 펼쳐 보인다. 이념의 반대편에 선 연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궤도를 이탈하는 남자의 처절한 눈빛은, 첩보물 특유의 건조한 긴장감을 단숨에 서정적인 온기로 치환한다. 대중의 오랜 갈증에 대한 가장 완벽하고도 짜릿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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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성부터 신세경까지…버릴 캐릭터 없는 연기 앙상블

박정민의 열연뿐만이 아니다. 극의 단단한 균형을 떠받치는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역시 제대로 빛을 발한다.

먼저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역의 조인성은 극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잡아준다. 정보원을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그는, 냉철한 판단력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특히 영화 초반부터 펼쳐지는, 길쭉한 신체 조건을 십분 활용한 시원시원한 액션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독보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반면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황치성으로 분한 박해준은, 지난해 모두를 울렸던 ‘폭싹 속았수다’의 순애보 양관식을 단숨에 잊게 만들 냉혹한 빌런을 탄생시켰다. 권력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동포조차 서슴지 않고 이용하는 인물로, 말투 하나 행동 하나에 비열함을 꾹꾹 눌러 담아 관객의 공분을 자아낸다.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쥔 북한 식당 종업원이자 국정원의 정보원 채선화를 연기한 신세경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자칫 남북 정보 세력 사이에서 가련하게 소비될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국정원의 ‘휴민트’가 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더 나아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며 앞장서는 주체적인 생존자의 얼굴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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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완이 구축한 ‘타격감의 미학’, 고통까지 전달되는 압도적 실재감

라트비아 로케이션으로 구현된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은 그 자체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뼛속까지 시린 설원을 가르는 카 체이싱과 광활한 폐쇄 공항에서 펼쳐지는 드리프트 총격전은 서스펜스의 정점을 찍는다.

특히 류승완 감독의 전매특허인 ‘리얼 액션’은 또 한 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단순히 멋을 위한 합에 치중하는 대신, 인물들이 치고받고 구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타격감과 고통을 관객의 몸에 고스란히 이식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마저 온몸이 뻐근해질 정도의 사실적 연출이다.

이러한 쾌감은 철저히 계산된 캐릭터별 액션 설계에서 비롯된다. 국정원 요원다운 조인성의 기품 있는 총기 액션, 다트를 활용한 박정민의 변칙적이고 본능적인 움직임, 볼펜 하나까지도 살벌한 무기로 바꾸는 박해준의 무자비함은 각자의 서사를 액션 그 자체로 웅변한다.

백미는 후반부 조 과장, 박건, 황치성 세 세력이 격돌하는 라스트 시퀀스다. 조 과장은 자신의 정보원을, 박건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찰나의 눈빛만으로 극적인 연합을 결성한다. 누가 누구에게 총을 겨눌지 알 수 없는 극한의 대치 속에서 터져 나오는 총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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