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쿠팡 사태가 통상 이슈가 되는 이유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생각 더하기] 쿠팡 사태가 통상 이슈가 되는 이유

경기일보 2026-02-04 19:13:48 신고

3줄요약
image
전순환 중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前 한국무역학회장
 

유럽연합(EU)이 최근 플랫폼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로 규정하며 통상 긴장을 예고했다. 국제 통상 관계의 상호 신뢰가 마찰의 불꽃으로 변하는 변곡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규제 자체의 옳고 그름을 넘어 그 조치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했다는 ‘신호’로 읽히는 순간 국내 정책은 글로벌 신뢰를 흔드는 통상 이슈로 비화한다.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을 둘러싼 정부의 파상공세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정책 목표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이 사안은 이미 국내 담론을 넘어 국제 투자 및 통상 질서의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현대 통상 질서와 분리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는 소비자 권익인 동시에 외국인 투자 보호, 비차별 원칙, 그리고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해외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정부 부처 11곳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입하고 경찰과 국회까지 전례 없는 강도로 가세한 현 상황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미국계 디지털 기업 전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기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여타 기업 사례와 비교해 봐도 이번 대응은 유독 이례적이며 압도적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은 정책 당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해외시장에서 특정 국적의 기업을 겨냥한 ‘과잉 대응’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인식되기 쉽다. 국제 통상 질서에서는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의 정당성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식이다. 그리고 일단 형성된 인식은 정부의 해명만으로 쉽게 되돌릴 수 없다.

 

특히 한미 통상 환경이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관세와 공급망 이슈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과잉 대응 논란은 불필요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 내 투자자와 의회 및 행정부 차원에서 이 사안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응의 ‘강도’를 높이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행정적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쿠팡에 대한 조사는 국내법에 따라 엄정히 집행하되 그 과정이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특정 기업을 비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의 정책 환경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공표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나 과도한 공권력의 결집이 아니다. 국내 정책 목표를 관철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오해를 사지 않는 정교한 균형 감각이다. 한국의 규제 행정이 ‘국내용 정서’에 머무를지, ‘글로벌 규범’으로 인정받을지는 이번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