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이른바 ‘콜옵션 계약’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MBK가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영풍이 그동안 유지해 온 배당수익과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영풍 주주들에 대한 배임 논란도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해 9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위해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계약에는 MBK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포함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으로 MBK가 영풍으로부터 사들일 수 있는 고려아연 주식은 약 257만주, 지분율로는 약 12% 수준으로 분석된다.
콜옵션 행사 시점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완료된 날(2024년 10월14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과,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한 날 가운데 빠른 시점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올해 10월을 전후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MBK가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최종 보유 주식 기준으로 MBK가 영풍보다 고려아연 지분을 적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MBK가 향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조건을 맞출 가능성도 거론한다. 콜옵션 계약이 MBK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면, 이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출자자들로부터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콜옵션이 현실화될 경우 영풍이 입게 될 재무적 타격이다. MBK가 콜옵션을 통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약 12%를 인수하면,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얻는 배당수익과 지배력이 동시에 줄어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영풍의 고려아연 배당수익이 지난해 기준 1천372억원에서 858억원 수준으로 약 514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영풍으로선 고려아연 배당금이 핵심적인 수익원인 만큼, 배당 축소는 실적 악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콜옵션 계약 자체가 ‘헐값 거래’였다는 의혹과 함께, 경영진의 배임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풍의 주주인 KZ정밀(옛 영풍정밀)은 앞서 영풍과 MBK를 상대로 경영협력계약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즉시항고에 나서면서 계약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KZ정밀 측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핵심 자산이자 주요 수익원인 만큼, 해당 계약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지 여부를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풍은 “계약 당사자 간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며 공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풍이 불공정 계약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적대적 M&A 성사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형진 고문이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살 곳이 없었다. 공식 검토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 웬만한 데서는 건드릴 수 없다”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콜옵션 행사 여부와 계약 내용 공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영풍의 재무 구조와 주주 가치, 나아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구도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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