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지역 어려움 악순환 끊는 게 무엇보다 중요"
삼성 6만명 고용, SK 반도체팹 신설, 5년간 현대차 125조·LG 100조 투자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보경 김동규 기자 = 재계가 수출 호조와 경제 회복세 속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나뉘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부에 5년간 300조원 규모의 투자로 화답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조선, 원자력, 방산 등을 중심으로 거둔 역대급 실적을 지역 균형 발전과 청년 고용 확대라는 사회적 책임 이행과 상생 발전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 수출 호황·내수 부진 양극화 해소에 공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 회장은 4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주요 10대 그룹이 향후 5년간 270조원 규모, 재계를 합쳐 300조원 규모를 지방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협 추산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약속한 270조원의 지방 투자 금액이 약속대로 집행될 경우 최대 525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21조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규모 지방 투자는 최근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일부 업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인된 반면, 균형 발전과 고용 측면에서 성장의 온기가 여전히 고르게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청년 유출에 따른 소멸 위기에 직면했고, 고용의 질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번에 발표된 주요 지방 투자 프로젝트가 ▲ 반도체 설비 증설 ▲ 배터리 생산·연구개발(R&D) 역량 확장 ▲ 전환 및 탄소중립 인프라 투자 등의 분야에 집중된 것이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제조업생산지수는 118.8로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2015년 통계 작성 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98.3으로 전년보다 3.3%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에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수출은 좋았으나 내수가 부진하면서 대기업만 호황을 누리고 중소기업은 역성장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도 "경제는 생태계라고 한다. 풀밭도 있고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나 지방, 청년 세대에도 골고루 온기가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류 회장은 "청년 실업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깊이 연결된 문제도 정말 심각하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동의했다.
◇ 주요 기업 대규모 투자, 격차 해소에 '초점'
재계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 적극 공감하며 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 이후 이 대통령과의 민관 합동회의에서 "지난 9월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고,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국내 R&D를 포함해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기술로 급부상한 AI 분야 등에 집중해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응해 충북 청주에 19조원을 투자해 첨단 패키징 팹(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는 이미 낸드를 생산하는 M11·M12·M15 팹과 후공정 작업을 담당하는 P&T3가 가동 중이며,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20조원을 투자하는 M15X도 가동이 초읽기가 들어갔다.
M15X 가동에 따른 고용 효과는 신규 채용 3천명을 포함해 협력사 및 건설사까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천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기가와트)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PEM 수전해기 및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아울러 작년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을 기공한 데 이어 2027년 가동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도 지난해 말 향후 5년간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LG는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조2천6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LG이노텍이 광주에 1천억원을 투자해 모빌리티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3월 경북도 및 구미시와도 6천억원 규모의 MOU를 맺고, 구미사업장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양산라인 확대와 고부가 카메라 모듈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포항과 광양 지역을 중심으로 철강, 이차전지소재, 에너지(LNG) 등 그룹의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철강 부문에서는 수소환원제철(HyREX) 시험설비 구축과 전기로 도입에, 이차전지소재 부문은 LFP 양극재공장 신설 및 하이니켈 양극재공장 증설, 구형화흑연 공장 건립에 투자한다.
또한, 에너지 부문에서는 광양 제2LNG터미널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로 효율 향상 투자에도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전소 등 인프라를 전국에 확대 설치한다.
10대 그룹은 방산·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투자를 가속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충북 보은과 전남 순천에서 각각 추진 장약 스마트 팩토리 증설과 발사체 제작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GS그룹은 경북 지역에서 신규 육상풍력 단지를 확대하고, 전남 여수에서 LNG 허브터미널 건설에 나선다. 아울러 경북 울진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검토 중이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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