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를 재소환한 가운데 재계에선 정치권이 기업에 국내외 투자를 종용하면서 정작 반기업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불만 목소리가 감지된다. 정치권이 이를 의식해 현재 추진 중인 반기업적 입법안에 제동을 걸지 이목이 쏠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10대 그룹 총수와 주요 경제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과 회동한 것은 지난해 6월과 1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창원 SK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허태수 GS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이 참석했다. 경제단체에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류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요 10대 그룹은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10대 그룹 외에도 다 합치면 300조원 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모두의 성장'에 대한 재계 차원 화답이다.
그러면서 류 회장은 "기업의 채용과 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와 스킨십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주요 대내외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자본과 역량을 갖춘 대기업들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7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을 필두로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미국 워싱턴DC로 총출동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총수들은 미국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다양한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하며 ‘민관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 기업들은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도 함께한다.
이 대통령 핵심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를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도 삼성·SK의 수십조 원 단위 반도체 투자와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인공지능(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이 깔려 있다. 최근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는 정의선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앞장서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내년 대한상의 회장 임기가 끝나는 최태원 SK 회장을 대신할 재계 소통 채널로 정의선 회장을 낙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반기업적인 법안이 쏟아지면서 재계에선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와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올해 3차 상법 개정, 65세 정년 연장안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과 협의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재계가 반대급부로 요청한 배임죄 폐지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요 기업들에 대해 투자를 요구하면서 여당은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모순적인 행보가 지속되면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제때 호응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한·중 관계 복원을 목표로 양국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기업들이 선뜻 나설 지는 미지수다. 과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에 덴 경험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드 사례 때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 대중 비즈니스가 언제든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당근책 없이 부담만 안기는 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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