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쿠팡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외국 기업들 사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전례 없는 조사 규모와 분위기를 감안하면 향후 국내로의 외국인 투자 유치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국내 다국적 기업 임원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감안할 때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단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예측 가능성이나 규제 일관성 측면에서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 심리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현재 쿠팡에 대한 정부 조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서울지방경찰청,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9개 정부 부처 소속 수백명의 공무원들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서울 본사는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영업정지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 글로벌 IT기업 서울지사 관계자는 "쿠팡은 단순 플랫폼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일상 생활 일부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쿠팡 조사의 수준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함으로써 한국을 세계 최고의 투자처로 만들겠다 여러 번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의 방향성과도 상충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다국적 기업 임원은 "외국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면 금세 독점적, 약탈적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서 "국내 강자가 시장을 장악할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지난해 국내 3대 통신사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겪었으나 그 어떤 사건도 정부의 전면 조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처우가 다국적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은 지난해 360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실제 유입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작년 3분기까지 473억6000만달러에 달해 유입자본을 앞질러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역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고려할 때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규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외국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보수 성향 논객이자 '중국의 몰락'의 저자인 고든 창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 국적의 은행, 통신사, 카드사, 병원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기업 대표가 경찰 소환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고 체포 위협을 받은 전례는 없다"며 규제 적용의 형평성을 언급했다.
미국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의 개리 탄 CEO 역시 "한국 정부는 미국인들이 협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 맞서는 투자자는 흔치 않다"고 한국의 규제 환경을 비판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해외투자는 이미 외국인투자 유입보다 2~3배 많다"며 "한국 정부가 다국적 플랫폼 기업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 한국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란 인식이 외국 기업들에게 더 강화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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