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핵심 공약인 '1인 1표제'를 관철시키면서 '정청래 체제'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인 1표제로 '당원 주권주의'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정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 합당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혁신당과 합당,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1인1표제에서 정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확인된데다 합당과 관련하여 당내 지도부를 비롯해 의원들의 반발이 여전한만큼 돌파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인1표제 투표참여 대비 60.58% 찬성 통과…권리당원 권한 강화
민주당은 3일 1인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전국당원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은 기존 20 대 1 미만에서 1 대 1로 조정된다. 별도의 후속 절차 없이 오는 8월 전당대회부터 새 규칙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리게 됐다. 1인 1표제는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앙위원 596명 중 과반(299명)인 의결 정족수에 28표 못 미치는 찬성표(271명)가 나와 부결됐다.
이후 정 대표는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전략지역 인사로 임명하겠다는 조항을 추가하고 투표 시간도 5시간에서 1박 2일로 늘려 두 달여 만에 다시 표결에 부쳐 관철해냈다.
정 대표는 가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 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에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 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8월 전당대회 연임 발판 마련
합당 정면 돌파 시도…전 당원 여론조사 추진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1인 1표제' 통과를 통해 당 운영의 주도권을 일정 부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정 대표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 기반이 약하지만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전국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뒤처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크게 앞섰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자신의 지지기반인 권리당원을 앞세워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당과 합당을 마무리 짓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신감을 얻은 정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과 관련된 전(全) 당원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당원은 똑같은 당원"이라며 "언론에서도 의원 간의 논란, 토론 등만 보도되는데 여기에 정작 당의 주인인 당원의 토론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의원들과 토론에도 나설 것임을 밝혔다.
정 대표는 "합당에 대해 의원들께서 토론, 간담회 등을 제안해주고 계신다"며 "일정을 잡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국회의원과 토론회를 통해 경청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저는 토론의 전 과정을 생중계하는 것이 맞고, 그 과정을 당원들께서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언주 강득구 황명선 최고위원, 박홍근, 더민초, 더민재 등 당내 반발 거세
정 대표가 주도권을 잡게 됐지만 여전히 당내 반발 수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친명계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 3명은 합당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재차 표명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마치 민주당을 (혁신당)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 여당에서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공약인 1인1표제와 관련 "1인1표제가 재적 590명 대비 과반인 296명 이상을 겨우 16명 넘긴 찬성 312표, 그래서 재적 대비 52.88%로 통과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도부에서 겸허한 태도로 그 의미를 좀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지고 있어서 걱정이다"며 "최근에는 특히 특정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서 '특정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합당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얘기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마치 우리 민주당을 조국 대표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 '자기 알박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합당 논의가 이미 차기대권 논의로 옮겨가면서 임기 초 국내외 현안과 씨름하며 열일중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합당 논의를 멈추는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6월 4일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면서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브랜드'의 선거이며 민주당의 승리 방정식은 바로 이재명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 최고위원은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 여당을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각종 조사에서 60%를 넘고 있다. 정부의 성과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선거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라며 "이제는 더 이상 논쟁을 키우기보다는 지도부 차원에서 당원들과 혁신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합당 논의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집권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지지율 60%의 강력한 대통령을 두고 집권여당에서 이런 논의가 가당키나 하겠나"라며 비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민주 진영의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혁신당과의 합당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민주당이 합당 논의로 국민 시선을 돌리고 정부의 성과를 덮어버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최고위원은 "민주 진영의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그것을 부정할 민주당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8개월 지났다.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고, 국민의 기대는 한껏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10000의 꿈은 단순한 지수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와 대한민국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상징"이라며 "지금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민주당에서 특히 지도부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며 "지방선거 압승 이후에 다시 진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공식 제안한다"며 "혁신당만이 아니라 소나무당까지 합친 진짜 합당을 지선 압승 이후 추진할 것을 당원·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덧붙여 "1인 1표제는 당원주권의 핵심이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찬성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동시에 어떻게 지역구도를 극복할 것인가, 전국정당화라는 큰 틀 속에서 전략 지역에 대한 고민을 논의해야 하고, 원외위원장들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하고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준호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건 정 대표다. 당원 투표를 하자면 당원들이 분열하고, 당이 분열한다"며 "지도자로서 옳은 방법이 아니고, 지금은 당내 통합을 먼저 이루기 위해 많은 의견을 듣고, 충분히 숙고하신 다음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홍근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 당원 투표로 결론을 내리려는 흐름은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며 "지도부가 시작한 정치적 선택의 부담을 당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수습할 수 없고 더 큰 분열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합당 논의를 조속히 정리하지 않은 채 당원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보이콧 등 집단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퍼지고 있다.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지난 2일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재선 의원 모임인 '더민재'는 이날 오전 긴급 간담회를 열어 갈등 국면이 장기화해선 안 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합당 찬반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려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1인1표 투표 찬성, 단 16표차, 재적 찬성율 52.88%…반대표, 첫 투표 '2배'
한편, 이번 1인1표제 결과 투표율 대비 찬성율이 60.58%로 통과됐지만, 실제 표분석을 하면 당심의 변화가 보인다.
중앙위 투표에서 적지 않은 반대표가 나온 것도 정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투표율(87.29%)은 지난 표결(62.58%)보다 크게 오르면서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은 넘겼지만, 의결 조건인 재적 과반(296명)보다 16명이 더 찬성한 덕에 가까스로 가결된 것이다.
재적 기준 찬성률은 52.9%에 불과했고 투표 참여자 대비 찬성률(60.58%)도 지난 번(74.8%)보다도 1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특히, 반대표(203명) 수는 지난번 1차 반대 102명 보다 약 2배 가량 많았다.
이에 대해 최근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하면서 당내 비토 여론이 이번 반대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측은 "본 안건은 재적인원 대비 과반일 시 가결되는 건이기 때문에, 투표자 중 찬반을 표기할 것이 아니라 재적인원 대비 찬반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며 "재적 590명 중 찬성 312명(52.88%), 반대 203명(34.4%)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원조 친명 김영진 "지선 전에 합당해야" 박수현 "합당 논의 찬반 팽팽"
반면 신속한 합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당내에 공존한다.
원조 친명계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합당과 관련해 "지금 합당하는 것이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통합과 단결로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으로 나가는 길에 저는 가장 좋은 적기"라며 "지방선거 전에 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도 능력 있는 후보를 엄정하게 검증하겠다고 하는 큰 방향에서 민주당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건설적인 경선을 하게 되면 좋은 후보들이 추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관계를 '음수사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조국혁신당은) 지난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서 함께 우물을 파고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뛰었던 사람들"이라며 "물을 마실 때도 같이 마셔야지, 나만 마시겠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분을 조국혁신당에 줘야 된다는 해석으로 들린다'는 진행자의 발언에 "지금은 합당에 대한 총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지분이나 무엇을 준다 이런 것 자체는 현재는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고 논의를 잘 진행해 나가면 저는 대승적으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찬반 여론이 거의 팽팽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합당하는데 그 정도의 논쟁과 토론 이런 게 없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당원들이 직접 토론과 전 당원 투표 이런 과정들을 통해 착실하게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고, 결과적으로 당원이 결정한다"며 "정청래 대표도 의원들과의 소통에 지금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합당 제안은 이번 지방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정무적 판단과 정치적 결단으로 제안된 것"이라며 "늦어도 3월 말까지는 당내 토론과 결정, 당원의 결정, 양당의 통합 논의 이런 것들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