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을 신약 개발로 연결하는 ‘선순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과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SB15)의 글로벌 출시 길이 열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개발 요건 완화까지 가시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성장과 연구개발(R&D) 투자가 맞물리는 구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오리지널 의약품사인 리제네론·바이엘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의 저농도 제형(40㎎/㎖) 판매에 대한 합의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 지역은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이다. 이에 올해 영국(1월), 유럽(4월), 한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5월)에서 SB15를 순차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아일리아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등으로 쓰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지난해 매출만 약 14조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FDA와 유럽 집행위원회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리제네론이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출시가 지연됐다. 이번 합의로 유럽 시장 직접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안과·희귀질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현지 상업화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미국 시장 진입도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다. 2027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조기 합의 진입과 후발 진입을 놓고 전략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서 특허 분쟁 없이 판매가 가능한 기업은 암젠이 유일하며, 셀트리온은 올해 말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FDA가 추진 중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요건 완화도 호재로 작용한다. FDA는 비교 임상시험 부담을 줄이고 분석 평가와 약동학 데이터 중심으로 허가를 간소화하는 새 지침을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개발 기간이 기존 6~8년에서 5~7년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이 과정에서 비교분석평가 중심의 개발 방식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실적과 투자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1조67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직전 해 반영됐던 일회성 마일스톤 수익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 제품 판매 기준으로는 매출이 28%, 영업이익이 101% 급증했다.
연구개발 투자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분기 R&D 비용은 154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29% 증가했다. 방광암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SBE303의 임상 1상 승인, AI 기반 항체 설계 기술 도입, 서울대·프로티나와의 공동 연구 등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30년까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후보를 포함한 제품·파이프라인을 20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신약 개발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는 외부 자금 없이도 자체 재원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산하에 신약 전문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펩타이드 기반 약물 전달 기술 등 플랫폼 사업을 통해 중장기 신약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유럽 입찰 경쟁과 미국 약가 인하 등으로 바이오시밀러 가격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확보한 제조·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판매망을 고려하면 신약 전환을 위한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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