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트에서 양파 가격이 유독 내려간 이유에는 단순한 풍년 이상의 사정이 숨어 있다.
요즘 장을 보다 보면 양파 가격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낮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한 봉지를 집어 들어도 부담이 적고, 할인 행사도 유난히 잦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산지 상황은 조금 다르다. 양파는 저장 기간이 길수록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제때 팔리지 않으면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그만큼 농가의 부담이 커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로 산지에서는 거래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밭에서 미리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포전 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저장고에는 양파가 쌓여가는데, 소비는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런 배경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제적인 수급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2025년산 저장양파 재고량이 증가한 데다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하순 도매가격이 킬로그램당 1022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평년보다 약 23퍼센트 낮은 수준이다. 단기적인 가격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과잉으로 판단한 셈이다.
정부는 먼저 시장에 풀릴 물량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매비축해 둔 양파 2만 5천 톤 가운데 1만 5천 톤을 베트남과 대만, 일본 등으로 수출하기로 했다. 국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물량을 해외로 돌려 가격 하락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조치는 시장 격리 성격이 강하다.
남은 물량 9천 600톤은 바로 풀지 않는다. 다음 달 하순 햇양파 출하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등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의 가격을 건드리기보다는, 이후 시장 변동에 대비한 안전판으로 남겨두는 방식이다. 단기 처방과 중장기 대응을 나눠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소비 촉진 대책도 함께 진행된다. 오는 16일까지 대형마트와 중소형 마트, 전통시장에서 국산 양파를 최대 40퍼센트까지 할인 판매한다. 3월에는 농협경제지주와 자조금을 연계해 국산 양파 홍보와 추가 할인 행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가격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국산 양파로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도 강화된다. 도매시장에 상장되는 양파의 품질 선별 기준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한다. 저장 상태가 불량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가 무분별하게 출하되면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과 생산자단체 간 유통 협약을 통해 도매시장 내 가격 교란 요인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수입산 양파에 대한 관리도 병행된다. 3월 조생종 양파가 본격 출하되기 전까지 관세청과 식약처 등 관계 기관이 공조해 불법 통관과 잔류농약 검사를 철저히 진행한다. 국내 양파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수입 물량까지 늘어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이번 대책은 소비자에게는 당분간 낮은 가격이라는 체감 효과로, 농가에는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양파 한 알의 값이 내려가는 배경에는 생산, 유통, 소비를 동시에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며 느끼는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이해해두면, 앞으로의 가격 흐름도 조금은 읽을 수 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