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최근 배포한 소식지에 담긴 문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과 무인공장 구축을 통해 생산 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에 나선다는 전략을 공식화하자 노조가 이에 반대하며 경고성 입장문을 내놓은 것이다. 혁신 기술 도입 필요성과 고용 불안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노사 간 해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국내 로봇 및 노동 전문가들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시대로 전환되는 산업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데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피지컬 AI가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의 ‘로봇 도입 불가’ 선언이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즉, 노사 갈등으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서둘러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산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실 박상수 연구위원은 “로봇의 시장성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로봇 전문 스타트업 등을 인수하며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생산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로봇 도입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김유빈 본부장은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노조가 근로조건·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은 과거보다 빠르다”며 “휴머노이드와 AI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 등 시대적 변화를 막지는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로봇 도입 반대가 ‘러다이트 운동’으로 회자되는 현 상황이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한다. 기술 도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신기술 도입을 발표한 사측과 합의점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무작정 로봇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합의 없이’ 로봇을 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사측은 신기술을 도입할 때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봇 도입이 경영 판단의 영역인지,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교섭 대상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2030년 전후로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현대차의 목표는 중장기 기술 육성 전략에 가깝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간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일,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노조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슬기롭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제조 경쟁력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근로자가 쉬는 시간에도 일하고, 위험한 일들을 사고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점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근로자의 우려도 이해하지만, 현대차가 중장기 방향성 자체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은 직원 1만명 당 로봇 1012대를 사용하는 나라로, 로봇 밀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1만명 당 162대)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인간처럼 작업하는 휴머노이드 도입이 현실화되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린다. 로봇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한다는 연구,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이 증가해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연구가 병존한다.
분명한 사실은 로봇의 확산으로 노동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노동시장에서 본격적인 격차가 발생하기 전에 노사가 합의점을 찾고, 정부는 직업훈련과 실업급여 등 고용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본부장은 “기술 도입을 차단하는 방식은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노조는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지킬 수 있는 선은 지키되, 다음에 들어올 근로자의 이익과 회사·국가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물러설 부분은 당연히 물러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술 발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 지원이 필요하고, 신기술 도입으로 고용시장에서 도태되거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질 계층들은 실업급여 등 소득 안정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