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흔든 10兆 담합, '솜방망이' 처벌 논란…해외선 징역 10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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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흔든 10兆 담합, '솜방망이' 처벌 논란…해외선 징역 10년까지

르데스크 2026-02-04 12:36: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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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물가 상승의 배후에 제분·제당 대기업들의 조직적 담합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의 담합 처벌 체계가 사실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범행 규모가 조(兆) 단위로 커질수록 처벌의 체감 강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구조인 만큼 실효성있는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담합은 '회사'가 아니라 '사람'이…법인 과징금 상향만으론 재발 한계

 

검찰 조사 결과 이번 담합 사건의 규모는 밀가루 약 5조9913억원, 설탕 약 3조2715억원, 한국전력 설비 입찰 담합 약 6776억원으로 총 9조9404억원에 달했다. 밀가루 담합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 9개월, 설탕 담합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 2개월 동안 가격 인상 시기·폭을 사전에 조율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은 1kg당 649원에서 924원으로 최대 42.4% 뛰었고,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대 66.7%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가격의 왜곡'이 밀가루·설탕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라면·빵·과자·외식 물가로 연쇄 전가됐다는 점이다. 원가가 내려가도 납품가가 잘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면 부담은 온전히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담합은 흔히 '업계 관행'이라는 말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특정 시점에 누군가가 경쟁을 멈추고 가격을 함께 올리자고 결심하며 시작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제분사들이 인상 순서를 정해 먼저 올린 뒤 다른 업체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동조 인상'을 유도하고, 외부에는 원가·환율·물류비를 내세워 불가피성을 강조한 정황이 제시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제분사 관계자들이 공정위를 '공선생'이라 부르며 "들키면 안 되니 연락을 자제하자"는 취지의 발언이 담겼다는 내용도 담겼다. 단순한 가격 판단이 아니라 적발 회피를 전제로 한 '의도적 공모'였다는 점에서 대기업 제분사들은 비난 여론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그런데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 벌금이 상한이다. 사건 규모가 수조 원대로 커지면 벌금 상한은 사실상 '상징적 처벌'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6조원 규모 철근 담합 사건에서도 법인 벌금이 2억원에 그쳤던 만큼 '담합에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불공정거래 억지를 위해 과징금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담합 과징금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작 이를 실행한 개인에 대한 책임은 빠져 있어 실효성에 대해서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담합을 기획·지시·묵인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약하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담합 처벌의 핵심이 사람에 대한 책임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이사 등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 실무 임직원에게만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지휘·보고 라인을 어떻게 규명할지, 담합을 방치·묵인한 내부통제 실패를 어떻게 처벌·시정할지에 대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개인 징역 10년'까지…한국도 '형사·민사·환수' 패키지로 바꿔야

 

해외 주요국은 담합을 기업의 위법으로만 보지 않는다. 담합을 실제로 설계·지시·조율한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강하게 묻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반독점법(셔먼법) 위반 카르텔에 가담한 개인에게 최대 징역 10년 또는 최대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회사가 과징금·합의금으로 버티더라도 최종적으로 '사람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실제 경영 판단을 제동 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도 개인 처벌을 전면에 둔다. 경쟁법상 카르텔 범죄로 인정되면 개인에게 최대 징역 5년까지 선고될 수 있고 별도의 벌금도 부과될 수 있다. 단순히 회사가 제재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 합의 과정에 관여한 책임자 개인이 형사 처벌의 직접 대상이 된다.

 

캐나다는 카르텔을 중범죄로 취급한다.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경쟁 제한 합의'에 관여한 개인에게 최대 징역 14년을 부과할 수 있고 벌금은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범행 규모가 커질수록 벌금 역시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호주도 담합을 형사 범죄로 규정하고, 카르텔 행위에 가담한 개인에게 최대 징역 10년형이 가능하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반복되는 담합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한국에서도 법인 제재 강화와 개인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상향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담합에 가담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의 상향, 반복 위반 시 가중, 일정 기간 직무 제한 등 실효적 제재가 결합돼야 '재범 억지'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특히 생필품·공공요금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시장에서 담합은 단순한 기업 간 거래 질서 훼손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일반 담합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당이득 환수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의 이익은 사후에 산정하기 어렵고 재판 과정에서 비용 항목이 광범위하게 다퉈지면서 환수 규모가 줄어드는 한계가 반복돼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부당이득 산정 방식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에 해외처럼 일정 기준을 적용해 부당이득을 보다 단순·신속하게 산정하고, 환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제안이 나온다. 걸리면 이익을 전부 뺏긴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어야 담합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구제 역시 한국 담합 제도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담합은 피해가 광범위하지만 개별 소비자나 영세 자영업자가 손해를 입증해 배상받기는 매우 어렵다. 그 결과 담합의 '사회적 비용'은 시장에 남고 기업 제재는 행정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구제 절차를 쉽게 만들고 손해 추정과 증거 확보를 지원하는 장치를 강화하지 않으면 담합이 남긴 물가 충격은 고스란히 사회가 떠안게 된다.

 

공공부문 입찰 담합의 경우에는 일정 기간 공공조달 참여 제한 등 '시장 퇴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기업이 공공사업으로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담합을 반복할 유인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필품 담합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만큼 제재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에는 과징금과 환수로, 개인에는 실형 가능성과 경력 리스크로, 시장에는 신속한 탐지와 투명한 공공조달 규율로 압박을 가하는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며 "담합이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반복되는 담합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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