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분 확인시켜주자 주저 앉아 눈물, 챙겨온 식료품으로 끼니 때워
주식 등 처분한 돈 18억원 범죄 단체에 송금하기 직전에 구제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아 스스로를 원룸에 감금한 채 거액을 범죄 단체에 송금하려던 A(40대)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피해를 면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대구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지인인 A씨와 연락이 잘되지 않고 피하려고 한다'는 시민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예시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반복해 전송한 끝에 40여분 만에 달서구 한 원룸에 있던 A씨를 찾아냈다.
A씨는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 단체로부터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당분간 보호관찰을 해야 하니 원룸을 단기 임차하라"는 말 등에 속아 1주일째 스스로 감금 중이었다.
그는 범죄단체가 발송한 문자메시지에 담긴 URL을 클릭해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당한 상태였다.
A씨는 경찰이 원룸에 찾아온 직후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았다는 말을 선뜻 믿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관이 경찰신분증을 제시하고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신분을 확인시켜준 뒤에서야 A씨는 자신이 범죄에 속았다는 걸 받아들인 듯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다.
A씨는 원룸에 셀프 감금되기 전 미리 챙겨온 식료품으로 끼니를 때웠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A씨의 가족들도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지 않아 A씨가 범죄에 속아 셀프 감금 중이란 사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직 종사자였던 A씨는 10여년간 모은 주식 등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총 18억원을 범죄 단체에 송금하려 준비 중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몇차례에 나눠 송금을 시작하려던 A씨는 때마침 도착한 경찰 덕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기윤 남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최근 구속수사나 보호관찰 등을 구실삼아 원룸이나 숙박업소에 스스로 감금하게 하고 자신들의 지시만 따르도록 유도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수사기관은 절대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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